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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줄 요약 :
고래를 그린 선사인의 걸작,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의 등재 권고를 받았어요. 이제 세계유산 등재만 남았죠.
울산 반구천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 옆, 오래된 바위 위에 선사시대 사람들이 남긴 그림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그림이 드디어 유네스코의 인정을 받았어요.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이코모스(ICOMOS)는 ‘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에 대해 세계유산 ‘등재 권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코모스가 등재를 권고하면, 보통 세계유산위원회에서도 그대로 채택되기 때문에 사실상 등재가 확실시되는 분위기예요.

● 어떤 유산이죠? 왜 이렇게 주목받나요?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로 지정된 두 개의 유산을 포함하고 있어요. 하나는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다른 하나는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예요. 이 둘을 묶어서 하나의 세계유산으로 신청한 거죠.

이코모스는 이 암각화들이 “탁월한 관찰력과 사실적인 묘사, 독창적인 구도를 통해 한반도 선사인의 예술성과 창의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어요. 고래 사냥 장면을 비롯해 다양한 동물과 인물을 새긴 모습들이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희귀하다고 하죠.

약 6000년에 걸쳐 축적된 암각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유일한 사례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어요. 단순한 바위그림을 넘어서, 한반도 동남부 연안의 문화 발전사를 압축해 보여주는 생생한 역사 기록이기도 해요.

그래서 유네스코는 이 유산이 인간의 창의성으로 탄생한 걸작(등재기준 1번)이자, 사라졌거나 현존하는 문화 전통의 독보적인 증거(등재기준 3번)라고 인정했어요. 이 정도면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갖춘 유산으로 충분하죠.

● 이제 남은 건 7월 결정뿐이에요
‘반구천의 암각화’ 등재 여부는 7월 6일부터 16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됩니다. 이코모스가 권고한 만큼, 세계유산위원회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요.

등재가 확정되면, 반구천의 암각화는 한국의 17번째 세계유산이 됩니다. 현재 한국은 문화유산 15건, 자연유산 2건을 보유하고 있어요. 이번 등재가 성사되면 ‘고래를 그린 선사인의 붓’이 한국의 또 다른 문화 자산이 되는 셈이죠.

사람들은 오래전 바위 위에 무언가를 새겼고, 우리는 그것을 통해 삶의 단면을 엿보게 됐어요. 사라지지 않고 버틴 덕분에, 이제는 전 세계가 함께 감탄하게 된 거죠.

시간은 흐르지만, 그림은 남아요. 선사인의 손끝이 오늘 우리 마음을 두드립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