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장미란,쑥스러운3관왕

입력 2008-11-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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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었다. 역도는 그 만큼 정직한 스포츠다. 6일 경기도 고양꽃전시장에서 열린 2008아시아클럽역도선수권 여자+75kg급. 인상1·2차 시기에서 115kg과 120kg을 거뜬히 들어올린 장미란(25·고양시청)은 3차 시기에서 125kg에 도전했다. 베이징올림픽 당시 인상 1차시기(130kg)에도 못 미치는 중량. 하지만 장미란은 바벨을 하늘 위로 치켜 올리지 못했다. 목 디스크 이후 불편한 몸을 이끌고 딸의 경기를 지켜보던 아버지 장호철 씨는 아쉬운 듯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장미란이 바벨을 떨어뜨리는 모습은 낯설었다. 4월 포항에서 열린 왕중왕역도대회 이후 처음이었다. 당시 장미란은 인상(140kg)과 용상(187kg) 3차시기를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8월 베이징올림픽과 10월 전국체전에서는 인·용상 6차례씩의 기회를 모두 살렸다. 실패 후, 쑥스럽다는 듯 웃음을 지은 장미란은 용상에서 힘을 냈다. 1·2·3차를 모두 성공시키며 160kg을 들었다. 올림픽 때 세운 세계기록(용상186kg)에는 한참 못 미쳤지만,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전국체전(용상145kg) 보다는 힘을 더 썼다. 결국 인상(120kg)·용상(160kg)·합계(280kg) 3관왕은 장미란의 차지였다. 전 날 이배영(29·경북개발공사)이 “역도는 정직하다”고 말한 것이 딱 맞았다. 여자대표팀 김도희 코치에 따르면 이번 대회를 준비한 장미란의 훈련량은 하루 1시간씩, 총 1주일. 합해봐야 7시간 정도에 불과했다. 각종행사와 올림픽 이후의 피로감 때문이었다. 여자대표팀 오승우 감독은 “오히려 이만큼 준비하고 그 정도 중량을 든 것이 대단하다”고 했다. 장미란은 “훈련을 못한 결과가 그대로 나타났다”면서 “다음번에는 쑥스럽지 않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조만간 난시 교정을 위해 라식 수술을 받을 예정인 장미란은 12월, 뉴질랜드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고양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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