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핸드볼슈퍼리그]‘외인구단’정읍시청,첫승감격

입력 2009-04-15 23: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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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부상…뿔뿔이선수들강감독불러모아불굴의勝
남은 시간은 20여초. 마지막 공격권은 정읍시청. 종료 4초를 남기고 조선영(23)이 던진 슛은 경남개발공사 골키퍼의 손을 맞고, 네트를 갈랐다. 22-21. 15일, 2009다이소핸드볼수퍼리그코리아 1차대회가 열린 부산기장체육관. 정읍시청이 실업팀을 상대로 창단 후 감격의 첫 승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정읍시청은 ‘버려진 자식’으로만 꾸려진 팀이다. 서영미(26)는 대구시청, 이한주(25)는 용인시청, 권한희(22)는 첫 승의 제물이 된 경남개발공사 소속이었다. 모 선수는 “필요 없으니 가라는 식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결승골을 넣은 조선영은 효명건설(현 벽산건설)에서 뛰다가 무릎 부상으로 코트를 떠났다. 안성희(32)의 아킬레스건, 권한희(22)의 어깨, 서영미(26)의 발목은 지금도 성치 않다. 악착같이 살아보려고 직장도 다녀보고 자격증도 땄지만 핸드볼에 대한 그리움을 지울 수 없었다. 권한희는 “핸드볼 중계를 볼 때마다 가슴이 쓰렸다”고 했다. ‘나도 예전에는 좀 했는데…. 내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혼잣말을 되뇔 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정읍시청 강태구 감독이었다. 초중고에서 코치를 하던 안성희(32), 서영미(26) 등 전직 국가대표도 불러 모았다. 마침 그녀들도 ‘애들 가르치면서 답답해하느니 차라리 내가 뛰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2008년 9월, 그렇게 공포의 외인구단이 탄생했다. 강태구 감독은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선수들이라 눈빛이 달랐다”고 했다. 허름한 여관방과 렌터카에 몸을 구겨 넣어도 불평 한 번 없었다. 열정의 대가가 연패로 돌아오는 것만이 견디기 힘들 뿐. 강 감독은 “사실 이번 대회전에, 다시 운동을 그만둔다는 애들을 다독이느라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첫 승은 정읍시청에게 큰 자신감까지 선사했다. 주장 안성희는“이제 도망간다는 후배들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정읍시청 선수들이 15일 벌어진 경남개발공사와의 경기에서 2008년 8월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실업팀을 상대로 승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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