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좌우날개 ‘블루 드래곤’ 경계주의보

입력 2009-10-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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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청용. 스포츠동아DB

25일 밤(한국시간) 에버턴과의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가 열린 볼턴 리복스타디움의 중심에는 이청용이 있었다. 선발 출장해 후반 44분 크리스 바샴과 교체 아웃되기 전까지 약 89분간 활약한 이청용은 천금같은 선제골을 터뜨리며 팀 승리(3-2)를 이끌었다. 벌써 올 시즌 네 번째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팀의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를 잡은 모습이다.

평소와는 달리 오른쪽이 아닌 왼쪽 윙으로 출전한 이청용은 개리 멕슨 감독 전술 변화의 키워드였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멕슨 감독은 ‘오늘 전술적인 변화가 흥미로웠다’는 영국기자의 질문에 “그동안 몇몇 게임에서 선수들의 위치를 바꾸는 전술변화를 시도했었고, 4-5-1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특히 오늘은 이청용과 맷 테일러를 서로 반대쪽 윙에서 뛰게 함으로써 상대편 선수들을 안으로 끌어들이고, 후방의 풀백 쪽을 열려는 시도였다. 앞으로 좀 더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는데, 이는 이청용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프리킥과 코너킥 키커로도 활약하며 팀의 에이스다운 면모를 과시한 이청용은 에버턴 팬들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기도 했다. 그가 찼던 코너킥이 좀 짧아 이렇다 할 공격으로 이어지지 못하자 에버턴 팬들은 이청용을 가리키며 비아냥거리기도 했고, 다음 코너킥을 차려고 준비하던 그가 골라인 바깥쪽에 볼을 놨다며 상대 팬 전체가 일어서 그 쪽을 가리키는 재미있는 장면도 연출됐다. 심판은 코너로 달려가 직접 볼 위치를 바꿨고 이에 에버턴 팬들은 큰 환호성을 질렀으나, 이청용은 심판이 뒤돌아 가자 다시 본인이 좋아하는 위치로 볼을 옮겨 놓아 에버턴 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경기 후, 스포츠동아와 얘기를 나눈 볼턴 뉴스의 마크 아일스 기자는 이청용의 활약에 대해 “대체로 매우 훌륭했다. 특히 전반전에 잘했다. 볼 터치와 기술 모두 좋았다. 그의 골은 훌륭했고, 좋은 게임이었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수비능력은 여전히 약해 보인다. 특히 후반전에 에버턴이 많이 압박을 가했을 때 좋은 수비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는 반드시 보완해야할 점이다”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10라운드 만에 홈에서의 첫 승이었지만 이날 승리로 볼턴은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성공적인 영입이었다는 찬사를 받는 이청용이 있다. 시간이 갈수록 그의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다.

맨체스터(영국)|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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