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허心 잡을 기회왔다'…박주영 대표팀 합류 불발

입력 2009-11-11 11: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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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스포츠동아DB

'기회가 찾아왔다.'

'사자왕' 이동국(30.전북)이 허정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을 절회의 기회를 맞았다.

이동국은 오는 15일(한국시간) 오전 4시 덴마크 에스비에르에서 덴마크(27위), 18일 오후 11시30분 영국 런던에서 세르비아(20위)와 평가전을 치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대표팀 명단에 포함돼 10일 유럽 원정길에 올랐다.

올해 이동국은 정규리그에서 무려 20골을 터뜨리며 생애 첫 K-리그 득점왕을 차지했지만, 유독 허 감독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동국의 탁월한 위치선정과 제공권 능력에 박주영(AS모나코)과 이근호(주빌로) 등 최전방 공격수들은 엄지 손가락을 치켜든 반면 허 감독은 "스스로 골을 터뜨리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계속해서 분발을 요구하고 있다. 대표팀 최종 명단에 뽑혀 본선에 출전할 경우 조커로 투입될 가능성이 높아 허 감독은 짧은 출전 시간 안에 이동국에게 높은 골 결정력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8월12일 파라과이와의 평가전부터 대표팀에 합류했던 이동국은 9월5일 호주전까지 두 경기 연속 출전기회를 잡았지만, 리그에서 보여주던 폭발적인 득점력을 과시하지 못했다. 10월14일 세네갈전에서는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고서도 단 1분도 출장 시간을 얻지 못했다.

허 감독의 눈에는 이동국이 아직 '국내용 선수'라는 꼬리표를 떼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허 감독의 마음을 녹일 희소식(?)이 날아 들었다. 강력한 포지션 경쟁자였던 박주영이 부상으로 대표팀 합류가 불발됐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1일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박주영을 대표팀에서 제외했다. 박주영은 덴마크, 세르비아전에 출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모나코 구단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박주영이 A매치 소집 대신 모나코에 남아 치료에 전념한다"며 박주영의 차출을 보류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이동국은 박주영을 제외한 최전방 공격 자원인 이근호, 설기현(풀럼)과 치열한 주전경쟁을 펼치게 됐다.

우선 이동국은 타깃형 스트라이커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국의 플레이 특성상 허 감독은 4-3-3 포메이션을 가동해 이동국을 원톱에 두고 이근호와 설기현을 이동국의 파트너로 번갈아 투입해 최적의 공격 조합을 찾을 전망이다.

또 전술의 변화에 따라 조커 투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허 감독은 4-4-2에서 4-3-3 포메이션 변화를 위해 이동국을 후반 교체 투입, 거친 몸싸움과 높은 제공권을 지닌 유럽 수비수들과의 경쟁에서 이동국의 효용 가치를 평가하게 된다.

마지막 미션은 골 결정력이다. 자신의 1차적인 임무가 수비수 뒷공간으로 쇄도해 들어가는 공격수에게 공중 볼을 따내 연결해주는 것이지만, 마지막 점을 찍을 스트라이커인 만큼 반드시 득점 찬스에서는 골을 터뜨려야 하는 2차적인 임무 역시 수행해야 한다.

허 감독이 이동국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골만은 아니다. 대표팀 내 자신의 역할에 대해 더욱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라운드에서 실제로 뛰는 것은 선수지만,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감독이기 때문이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쟁취하고 이겨내라"는 메시지를 던진 허 감독의 의중을 알아차렸을 때 이동국은 허정무호의 황태자로 거듭나 있을 것이다.

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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