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브레이크] ‘유럽 울렁증’ 더 이상은 없다

입력 2009-11-15 17: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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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덴마크전 평가와 과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유럽 원정을 떠난 허정무호가 15일(한국시간) 북유럽의 강호 덴마크와 평가전을 가졌다. 결과는 0-0 무승부. 이로써 허정무호는 27경기 연속 무패(14승13무) 기록을 이어갔다. 진흙에 가까운 잔디와 원정 경기의 어려움을 감안할 때 태극전사들의 활약은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 대표팀이 덴마크와의 평가전을 통해 얻은 소득과 월드컵 본선을 대비해 어떤 과제를 남겼는지 살펴본다.

●유럽 더 이상 두려운 상태 아니다
대표팀은 이날 전반 초반 힘든 경기를 펼쳤지만 중반 이후 볼 점유율을 높이고 경기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게임을 풀어나갔다. 또한 체격조건이 좋고 힘이 좋은 선수들과의 대결에서 전혀 위축되지 않고 강한 압박과 자신감 있는 플레이로 대등한 싸움을 펼치는 모습이었다. 국내파 태극전사들의 경우 유럽 팀과의 대결 경험이 많이 없었지만 그들과의 경쟁에서 전혀 뒤쳐지지 않았다. 박문성 SBS해설위원은 “유럽에서 뛴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있어서인지 전체적으로 대등한 싸움을 펼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제는 어떤 팀을 만나도 쉽게 지지 않는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낸 의미 있는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역시 박지성
공격적인 측면에서 박주영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되면서 이동국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전반 초반까지 파워와 측면 돌파를 앞세운 덴마크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공격이 잘 풀리지 않자 전반 중반 왼쪽 윙어로 나선 박지성이 중앙 쪽으로 자리를 자주 옮기면서 원투 패스를 통해 공격을 풀어나가 결정적인 득점찬스까지 만들어냈다. 무릎 부상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해소하며 66분간 활약했다. 박 위원은 “대표팀이 측면을 많이 활용하는 편인데 이게 상대에 막혔을 경우 오늘처럼 박지성이 중앙으로 움직여 새로운 공격 활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큰 소득이었다”고 말했다. 비록 오프사이드로 골이 인정되지 않았지만 후반 세트피스 상황에서 설기현의 헤딩슛으로 이어지는 장면은 신장과 힘이 좋은 유럽 수비수들과의 대결에서도 골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어려운 상대와 낯선 환경에서의 경험 부족
이날 경기장은 진흙에 가까운 잔디 상태로 우리 선수들에게는 매우 낯설 수밖에 없었다. 또한 높이와 힘이 좋고, 경기운영 능력까지 갖춘 덴마크는 이전까지 우리가 만났던 상대와는 한 차원 높은 축구를 구사했다. 이에 경기초반 속수무책으로 밀렸다. 후반전에서도 기대만큼의 플레이가 나오지 못했다. 골키퍼 이운재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실점할 수 있는 장면도 2~3차례 나왔다. 이번 월드컵은 지구의 남반구에서 열리고, 낯선 환경인 아프리카에서 대회가 개최된다. 덴마크보다 더 안 좋은 환경이 될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원정은 태극전사들에게 좋은 보약이 될 듯 하고, 앞으로도 강한 상대와의 원정 평가전을 통해 경험적으로 좀 더 무장해야 할 필요성이 드러난 경기였다.

에스비에르(덴마크)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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