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다” 성남 선수들이 피말리는 승부차기 끝에 인천을 꺾고 준 PO에 오른 뒤 서로 부둥켜안은 채 환호하고 있다. 성남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성남 연장만 가면 깨지는 징크스
올 PO선 인천 상대 승부차기 V
불운의 사내들 1년만에 웃었다
또 연장전이었다.
11월의 세 번째 주말을 맞이해 열린 2009 6강 플레이오프 2경기는 모두 정규시간 90분에 이어 연장전, 승부차기로 준PO 출전 팀이 가려졌다. 21일 서울을 꺾은 전남과 22일 인천을 무너뜨린 성남이 기쁨의 주인공. 공교롭게도 모두 1-1 동점 상황에서 승부차기가 전개됐다.
하지만 연장전 이상의 승부가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6강 PO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07시즌 이후 올 시즌까지 6강 PO와 준 PO, PO 등 총 10경기에서 6차례 연장 승부(홈&어웨이로 치러지는 챔피언결정전은 제외)가 펼쳐졌다. 아직 준PO와 PO가 남아있어 기록 증가의 가능성은 농후하다.
첫 시작은 2007년 10월20일 경남-포항전이었다. 창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6강전에서 양 팀은 1-1로 비긴 뒤 연장전, 승부차기를 소화했다. 올해 전남을 이끌고 있는 박항서 감독은 당시 경남을 지휘했지만 후반 41분 까보레의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뒤 승부차기로 패했다. 여기서 탄력을 받은 포항은 K리그 챔피언에 등극하며 함박웃음을 지었으니 박 감독에게는 더욱 뼈아팠다. 박 감독은 서울전을 앞두고 “2년 전에는 울었지만 이번에는 꼭 웃고 싶다”고 남다른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2008시즌에는 연장 승부가 3차례 나왔다. 그 때도 6강PO 울산-포항전과 하루 뒤(23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치러진 성남-전북전이 연장 승부로 전개됐다. 울산은 포항을 4-2 승부차기로 꺾었고, 성남은 전북과 정규시간을 1-1로 마쳤으나 연장 전반 9분 루이스에 역전골을 내줘 무너졌다. 올해 인천을 꺾었으니 1년여 만에 다른 팀을 상대로 악몽을 깬 셈. 성남 관계자는 “작년 K리그 PO에 이어 올 시즌 FA컵 결승에서 수원에 패해 연장 이후 승부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았지만 인천전을 통해 어두운 그림자를 떨쳐냈다”고 기뻐했다. 2008년 11월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서울과 울산의 PO 경기도 연장 접전이 나왔고, 4-2로 이긴 서울이 챔프전에 올랐다.
○승장 성남 신태용 감독=인천과 2무1패로 상대전적에서 뒤져 오늘 2∼3골 차로 이겼으면 했다. 전반 사샤 퇴장과 연장 조병국까지 퇴장당해 힘들었다. 10명으로 뛰며 선제골을 넣었고, 9명이 뛰며 무승부를 지켜냈다. 선수들의 이기고자하는 의지가 대단했다. FA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에서 패한 뒤 고민했다. 어제 연습에서 전광진, 김성환 빼니 찰 선수가 없었다. 그래서 김용대를 마지막 키커로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오늘 승리로 선수들의 정신력은 더 좋아졌다고 본다. 심판 판정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
○패장 인천 페트코비치 감독=플레이오프 첫 경기였는데 승부차기까지 가는 등 재미있는 게임이 됐다. 아쉽게도 졌는데 전반에 좋은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것이 패배로 이어졌다. 전반 종료 직전에 사샤의 퇴장으로 수적으로 1명이 더 많아 유리해졌다. 1명이 적은 팀이 간혹 동기부여가 잘 돼 경기를 잘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점에서 성남이 수적 열세에도 경기를 잘한 것 같다. 연장전에 2명이 더 많은 상황이 됐는데 득점을 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2009시즌은 결과적으로 내 스스로 만족한다. 그러나 재계약 등 거취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
성남|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