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 한중생활체육교류전, 승부로 시작해 우정으로 끝났다

입력 2009-11-24 15:2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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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11시. 한중생활체육교류전에 출전하는 선수단 60명이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 호텔에서 결단식을 했다.

‘결단식’이라고는 하지만 뭔가 ‘결단’하는 분위기는 아니고, 전국 지역에서 모인 선수들의 상견례장과 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선수단 환영식에서 한국선수단과 한중 체육계 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9월 세계생활체육연맹(타피사) 회장에 취임한 이강두 국민생활체육회 회장은 “여러분 모두 한국생활체육의 대표라는 책임감과 기쁨을 동시에 느끼고 있을 것이다. 타피사 이사회에서 세계 대륙별 교류전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만큼 이번 한중교류전은 그 첫 발이 될 것”이라고 격려사를 했다.

김영환 선수단장도 “이번 기회에 중국의 생활체육뿐만 아니라 역사와 자연도 마음껏 경험해달라”고 당부했다.

교류전은 19일부터 25일까지 중국 남쪽 후난성에서 열린다. 4월 후난성팀이 한국을 방문해(대구에서 경기했다) 준 데 대한 답방이라고 보면 된다.

김영환 국민생활체육회 부회장을 단장으로 한 한국생활체육선수단을 실은 대한항공 KE819기가 오후 3시 인천공항에서 이륙.

이번 대회 종목은 배드민턴, 탁구, 테니스, 볼링이다. 원래 축구와 농구도 있었지만 두 종목을 청소년용으로 빼면서 4개로 줄었다.

대표팀치고는 상당한 ‘고령’이다. 배드민턴만 해도 동네 공원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아저씨, 아주머니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어이, 000씨 잘 지냈나. 이번에 우리 딸이 수능을 봤는데 말이야”하는 말을 듣고 있으면 ‘과연 생활체육이구나’ 싶어진다.

일정은 후난성의 성도 창샤시에서 시작하지만, 둘째날부터는 종목별로 후난성 일대로 ‘각개전투’에 나선다. 4개 종목 경기장이 각자 다르기 때문이다. 경기일도 달라 서로 일정을 따로 보내야 한다.

볼링이 가장 먼저 경기하고, 테니스가 끝이다.

그런 이유로 도착 이튿날인 20일 오전에는 볼링경기장으로 향한다.

볼링의 경우 한국이 중국에 비해 확실히 한 수 위다. 전국볼링연합회 지석모(47) 사무처장에 의하면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이 그랬듯 중국에서 볼링을 즐기기 위해서는 경제적 수준이 뒷받침 되어 주어야 한다고 한다.

실제로 볼링장 이용가격은 시간당 5000원 정도(한국은 3000원)로 중국물가로 볼 때 상당한 고가이다. 그러다 보니 아직 저변이 좁아 실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 동안 중국은 볼링종목에서 한국에 전패를 당해 왔다.

반면 한국은 일본에 전패다. 볼링을 보고나선 곧바로 배드민턴 경기장으로 이동. 배드민턴은 디엔씬 E배드민턴클럽에서 경기한다.

배드민턴 경기 모습.


볼링과 달리 배드민턴은 양국의 실력이 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홈그라운드 이점이 분명해 한국에서 할 때는 한국이, 중국에서는 중국이 우세한 경우가 많다. 이날 경기도 오전은 한국이, 오후에는 중국이 이겼다.

재미있는 것은 오전에 한국에 밀리자 중국이 선수를 대거 교체했는데 이 선수들이 거의 프로급에다 20대의 젊은이들이었다는 점이다. 40대 이상이 대부분인 한국팀이 잉어처럼 팔팔한 뉴페이스들을 감당하긴 어려웠다. 명단에 없는 선수교체인 만큼 명백한 ‘반칙’이긴 하지만 생활체육이니 가능한 일이다.

배드민턴팀 김혜숙(50·강원도배드민턴연합회장) 단장은 “오전에는 2승했는데, 오후에 젊은 친구들하고는 아무래도 안 되겠더라”며 웃었다. 김 단장은 고등학교 때까지 선수생활을 한 엘리트선수 출신이다.

비록 아마추어 선수들이지만 코 앞에서 경기를 보고 있으니 상당한 박력이 느껴졌다. 배드민턴이 이렇게 파워풀한 종목이었나 싶을 정도다. 스매싱 속도가 비행기와 비슷하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겠지만.

21일 토요일은 탁구와 테니스다. 아침 일찍 짐을 싸서는 창샤시를 떠나 샤오양시로 이동해 탁구경기가 열리는 시립체육관을 방문한다. 체육관 외부에 커다란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환영 · 한중군중체육교류활동’.

배드민턴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던 모양이다.

탁구는 오전부터 한국팀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다른 종목과 달리 상당수의 관중이 체육관을 찾아 경기를 관람했다.

김영환 단장이 중국탁구팀 선수들에게 시상을 하고 있다.


탁구팀 박미라(56·전국탁구연합회 부회장) 단장은 국가대표 출신이다. 그것도 1973년 사라예보 국제대회에서 이에리사, 정현숙과 함께 여자부 단체전 우승을 이끌었던 전설적인 트리오의 일원이다.

박 단장은 “중국은 탁구의 나라다. 다른 건 몰라도 탁구에서 지는 것은 용납하지 못하는 것 같다. 오기 전에 선수들에게 승패를 떠나 배운다는 자세로 즐겁게 경기하자고 당부했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 손이 근질거리지 않느냐고 묻자 “그러지 않아도 중국 쪽에서 경기를 해달라고 했는데, 30년 전 모습을 잔뜩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아서 참가하지는 않았다”며 웃었다.

1990년대 세계 여자최강이었던, 한국선수들에게는 만리장성만큼이나 높고 길게 느껴졌던 덩야핑 선수도 후난성 출신이다.

한중생활체육교류전 환영회 만찬.


테니스팀은 저녁 환영회에서 만날 수 있었다. 테니스경기는 23일에 창샤시에서 열린다. 이틀 동안 관광을 함께 해서인지 환영회에서 본 한중 테니스팀은 벌써 형제처럼 가까워져 있었다.
이대봉(58·대구테니스연합회장) 단장은 “4월 대구에서 이미 정이 많이 쌓였다. 우리 선수들에게도 승패를 떠나 중국팀과 좋은 관계를 맺어 나가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선수단은 24일까지 모든 일정을 마치고 25일 귀국한다. 차기 한국대회는 전주시에서 열린다.

창샤|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사진제공|국민생활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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