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버지”…눈물 뚝뚝 역도인들 특별한 思父曲

입력 2009-12-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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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인들의 특별한 사부곡(思父曲).

19일 경기도 평택에서는 역도대표팀 최종근(33·고양시청) 코치의 아버지 최영길 씨와 어머니 김은용(이상 70) 씨의 고희연(古稀宴)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장미란(26·고양시청)과 사재혁(24·강원도청), 이배영(30·아산시청) 등 역도스타들이 총 출동해 흥을 돋웠다. 특히, 사재혁은 “요즘 꽂혀 있다”는 현철의 ‘나도 한땐 날린 남자’를 구성지게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하이라이트는 4시간이 넘게 진행된 행사 막바지에 있었다. 사회자가 “가족들은 부모님께 큰 절을 드리라”고 하자, 대한역도연맹 차영수(46·청구건설 사장) 부회장과 역도대표팀 이형근(45·1988서울올림픽 동메달리스트) 감독, 고양시역도연맹 김태현(40·자인토퍼스사장) 회장 등 3명이 무대로 나갔다. 이들은 가족들이 모두 예(禮)를 갖춘 뒤, 나란히 서서 큰 절을 올렸다. 붉게 충혈된 차 부회장의 눈가에는 이내 이슬이 맺혔다.

아시안게임3연패(1990·1994·1998)에 빛나는 김태현 회장은 초등학교 때 아버지를 여의었고, 2009고양세계역도선수권 총감독이던 차영수 부회장과 이형근 감독 역시 20대 초·중반에 아버지와 사별했다. 김태현 회장은 “선수시절, 최 코치의 아버님께서 남 몰래 나를 도우셨다”면서 “내게는 친아버지와 다름없다”고 했다.

가난한 살림에 농사지을 땅을 팔아가며 운동 뒷바라지를 한 부모. 차 부회장부터 최 코치까지, 역도인들에게는 가슴 시린 공통의 가정사가 있었다. 차 부회장과 이 감독은 “고생만 시켜드리고, 칠순 잔치도 못 챙겨 드린 채 아버지를 보냈던 것이 한(恨)으로 남았는데 오늘에서야 그 한을 풀었다”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한국역도가 맞은 제2의 전성기. 그 밑바탕에는 선수들을 키운 부모들의 굵은 주름과 친 가족처럼 서로를 아끼는 역도인들의 형제애가 있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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