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연아의 과학’…흘린 땀 만큼 정직”

입력 2009-12-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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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스포츠동아DB

과학자의 눈으로 본 2009 한국스포츠
사회 : 박태환(20·단국대)이 2009로마세계수영선수권에서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 줬다. 실패의 원인을 통해서 나아갈 바를 짚어봤으면 좋겠다.

최규정(이하 최) : 병가지상사로 넘기기에는 너무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 실패의 원인을 정확히 알지 않느냐.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의 훈련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베이징에서 메달을 딸 때의 노하우를 잘 알기 때문에 다시 한번 그렇게 접근한다면 충분히 좋은 기록을 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김용승(이하 김) : 과학자로서 얘기하면 수영에서도 특히, 자유형은 첨단 과학의 경연장이다. 훈련이 과학경쟁에서 벗어난 형태였다. 심리적인 부분도 마찬가지다.

정동식(이하 정) : 가장 중요한 건 선수의 정신자세다. 박태환은 자기 부진의 변명을 다른데서 찾으면 안 된다.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신이 해이해져 있었다. 수영은 가장 힘든 스포츠이기 때문에 힘든 훈련을 어떻게 견디느냐는 것이 성적의 관건이다.

박태환이 베이징올림픽전까지는 어려운 훈련을 잘 견뎌왔지만, 여러 영광에 너무 빨리 빠져 버린 게 아닌가싶다. SK의 전담팀은 그런 박태환에게 역할을 하지 못했다.

심리학 전문가도 아닌 사람이 전담팀에 들어와 있지 않았나. 박태환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결국 변명도 만든 것이다. SK가 전담팀을 꾸려 박태환을 밖으로 빼돌린 것이 결국 패착이다.

윤성원(이하 윤) : 수영, 사이클, 달리기 등은 체력훈련이 고된 대표적인 운동이다. 자율훈련을 통해 역치수준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전담팀을 꾸려 혼자 훈련하는 것보다는 대표팀 안에서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하는 게 가장 좋은 기록이 나온다. 이전까지도 박태환은 훈련량에서 세계정상급 선수들을 이긴 것이었다.

사회 : 반면, 장미란(26·고양시청)은 2009고양역도세계선수권을 계기로 최고의 스타로 거듭났다. 한국역도가 전반적으로 성장을 했는데, 성공요인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문영진(이하 문) : 이전까지 한국만의 독특한 역도 기술이 있었다. 인상에는 약하지만, 용상에는 강한 것이 장단점이었다. 그 기술에 변화를 주는 작업을 했는데 기술적인 측면이 많이 좋아졌다.

장미란과 사재혁(24·강원도청)은 기본적으로 자질이 뛰어난 선수다. 그들의 하체는 세계 선수도 쉽게 못 따라온다. 기술적인 측면까지 보완됐기 때문에 갑자기 기량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역도는 2009고양세계선수권을 계기로 역도의 선진국 대열에 끼었다. 이제 세계 2∼3위급까지 올라왔다. 2012런던올림픽을 전망해보자면, 밝기도 하고 어둡기도 하다.

10월에 중국체전을 다녀왔는데 중국에는 장미란과 비슷한 기록을 가진 선수가 3∼4명 있다. 이들은 다 젊고(17-18세), 장미란보다 파워가 좋다. 그래서 발전가능성이 크다. 비밀리에 훈련하고 있는 이들이 몇 년 뒤에는 과연 어떤 선수로 성장하겠는가.

사재혁은 2009고양세계선수권에서 용상금메달을 땄지만, 종합에서는 4등에 그쳤다. 중국에서 사재혁보다 인상과 용상이 강한 2명의 선수를 파견한 결과다.

긍정적 요소는 장미란이나 사재혁의 단점이 확실하다는 점이다. 그 부분을 극복하면 기록 향상이 뚜렷할 것이다. 이제 국제대회를 나가면, 한국선수의 훈련장면을 모두 유심히 지켜본다.

예전에는 약물복용을 철저히 검사하지 않았다. 불가리아나, 그리스 등이 약물 덕을 본 대표적인 국가들로 꼽힌다. 약물의 시대 이후 경기력으로 승부를 거는 나라들이 올라오고 있는데, 그 중 한국이 대표주자다.

사회 :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을 앞두고, 2009베를린세계육상선수권에서 한국육상이 참패해 걱정이 많았다. 과연 한국육상은 도약할 수 있을까.

정 : 육상선수 스스로가 세계수준으로 가겠다는 꿈이 없다. 최근 대한육상경기연맹이 도입한 것처럼 기록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려야 한다.

김 : 선수들이 큰 경기에 약하다고 말을 하는데, 자신의 피크 기록을 가지고 메달권과 비교하면 안 된다. 장미란의 예를 들어보자. 장미란은 평소 기록이 금메달이다. 육상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딴 선수에게 물어보면, 그 기록이 자기의 대략적인 기록이다.자신의 최고기록에만 매몰 돼 현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것도 실패의 원인이다.

최 : 2011세계선수권까지만이라도 선수들이 전국체전에 연연하지 않도록 분위기 정지작업을 해야 한다. 각 시도체육회와 대한육상경기연맹의 협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선수들이 왜 자신의 최고 기록을 넘지 못하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사회 : 2010년에 가장 큰 관심사는 월드컵이다. 고지대에서 열리는 경기가 선수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우리에게 불리하지는 않은가.

윤 : 1700m고지면 4∼5일이면 다 적응한다. 참가하는 모든 팀들은 모두 똑 같은 상황이다. 다만 그런 현지상황에 누가 빨리 적응을 하느냐의 문제다. 남미 선수들은 고지 경험이 많고, 유럽은 좀 적다. 우리가 전지훈련을 통해 적응한다면 고지에서 경기를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사회 : 김연아는 심리적으로 강하다고 말을 한다. 강심장을 과학적으로 분석해보자면.

김 : 김연아의 강심장은 심리학의 입장에서 보면, 특성불안이 낮은 것이다. 성격적으로 불안을 안 타는 것일 수도 있고, 정상을 달렸던 경험들이 영향을 준 것일 수도 있다.

김연아는 일단,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견실한다. 자신이 한만큼 받아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최고연기로 우승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늘 하던 대로 플레이 해 최고가 되려 한다. 심리적으로 강한 선수들도 중요한 실패의 경험을 통해 치명상을 입히기도 한다. 이럴 경우 상처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주변의 노력이 중요하다.

좌담회 참석자 : 체육과학연구원 최규정 전문체육연구실장, 김용승 박사, 윤성원 박사, 정동식 박사, 문영진 박사, 송주호 박사

사회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정리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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