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랑이는 대한민국의 상징동물이다. 한국인이라면 포효하는 호랑이가 한반도에 새겨진 지도를 본 기억이 있으리라. 단군신화에서 호랑이는 곰과 더불어 등장한다. 울음을 그치는 아이를 훔쳐보고, 호랑이가 곶감을 무서워하게 된다는 전래동화에서도 알 수 있듯 무서우면서도 친근한 이미지다.
우리는 흔히 제몫을 못하면 ‘종이 호랑이’로 비꼰다. 존엄성과 고귀함으로 호랑이를 바라보는 한국인의 역설적 애정 표현이겠다.
어딘지 암울했던 한국의 이미지를 전 세계 앞에 바꿔놓은 1988년 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는 ‘호돌이’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부터 축구대표팀의 유니폼엔 호랑이가 새겨져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유니폼 태극기 자리에 호랑이를 문양으로 택했다.
호랑이는 굶어죽을지언정 풀을 뜯어먹지 않는다. 용맹하나 위엄을 잃지 않고 청결하며 고귀하다. 그래서 프로 스포츠는 그 호랑이의 이미지를 사랑한다.
대한민국 최고 인기스포츠 프로야구의 최다우승팀은 타이거즈다. 해태가 9번, KIA가 2009년 10번째를 채웠다. 그래서 ‘타이거즈 정신’이라는 조어까지 나놨다. MBC 청룡은 LG 트윈스, 태평양 돌핀스는 현대 유니콘스로 변했지만 KIA는 타이거즈를 물려받았다. 해태의 전통이 필요했겠지만 호랑이만한 매력적 캐릭터가 어디 있겠는가.
한국뿐 아니라 일본, 미국야구에도 타이거즈는 존재한다. 흔히 한국을 남북으로 구분한다면 일본은 동서로 나눈다. 동쪽(간토)의 최고 인기팀이 요미우리 자이언츠라면 서부(간사이)는 단연 한신 타이거스다.
두 팀은 1936년 일본프로야구 태동기부터 출범했다. 그 시절부터 오사카 타이거스였다. 요미우리-한신전은 ‘교신센(巨神戰)’으로서 지금도 일본야구 전통의 흥행카드로 군림하고 있다.
한국의 KIA가 호남의 한(恨)을 위로했다는 정치코드로 읽힌다면, 일본의 한신은 경제코드로 읽을 수 있다. 2003년 호시노 센이치 감독 재임 중 한신이 18년 만에 센트럴리그 우승을 차지하자 이부시긴(모깃불) 경제효과가 탄생했다.
미국의 타이거스도 유서 깊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1901년 선수들 양말이 호랑이 무늬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타이거스가 됐고, 아메리칸리그에 가입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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