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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통증까지 사라지자 연일 홈런포 펑펑타율 0.218, 12홈런, 35타점. 평범하다 못해 초라한 성적표. 그러나 상대 투수들은 최근 이 타자가 타석에 서면 “던질 공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직구면 직구, 변화구면 변화구 스트라이크존에 살짝이라도 걸치면 언제라도 홈런으로 받아칠 수 있는 무시무시한 파괴력에 상대팀은 주눅부터 든다.
돌아온 KIA의 해결사 김상현이 한 단계 더 진화한 모습으로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지난해 타율 0.315, 36홈런, 127타점으로 대폭발한 김상현에 대해서는 올 시즌을 앞두고 안팎에서 ‘풀타임 2년차 징크스’우려가 쏟아졌다. “상대팀이 철저한 대비를 한 만큼 MVP시즌의 80%%만 해줘도 대성공이다”는 말도 있었다.
김상현은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직접 증명하겠다”며 겨우내 땀을 쏟았지만 전지훈련 때 입은 무릎 부상이 악화돼 수술을 받으며 사실상 전반기 내내 정상적인 출장을 하지 못했다.
김상현의 전력 이탈로 KIA는 최희섭이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야 했고 득점 가뭄을 겪으며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부진이 아닌 부상으로 인한 결장이었지만 김상현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7월 27일 후반기 시작과 함께 돌아온 김상현은 11경기에서 홈런 4개, 11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4강 싸움을 이끌고 있다. 경기당 홈런이 0.28개로 한 시즌으로 치면 30홈런 이상을 치는 강타자의 면모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결정적인 홈런 모두가 변화구를 받아쳐 경기 흐름을 뒤집는 한방이었다. 김상현은 그동안 직구에 대해서는 배리 본즈 부럽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변화구에는 약한 타자로 인식됐다.
하지만 재활 과정에서 변화구 대처능력을 키우는데 집중했고 그 성과가 복귀이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3일 광주 LG전에서는 김광삼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중월 선제 2점 홈런을 기록했고 7일 군산 두산전에서는 히메네스의 슬라이더를 결대로 밀어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만루홈런을 터트렸다.
김상현은 무릎 수술로 인한 통증을 완전히 씻으며 완벽한 밸런스와 중심이동으로 변화구에 대처하고 있다. 타고난 유연성에 부드러운 타격폼이 더해져 변화구를 완벽하게 공략하고 있다. 김상현은 “재활 훈련을 하면서 변화구 대처를 집중적으로 생각했다. 상대가 결정구로 변화구를 던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