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미, “‘속임수’ 논란 너무 억울하다”

입력 2010-09-01 11: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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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현-정일미. 스포츠동아DB

루머 퍼뜨린 LPGA캐디 상대로 법적조치 염두
“너무 억울합니다. 20년이 넘는 골프인생을 걸고 맹세하건대 결코 속임수는 없었습니다.”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에서 활약하고 있는 정일미(38)가 지난달 30일 불거져 나온 ‘속임수 논란’과 관련해 결백을 호소했다.

또 이런 논란이 지속될 경우 블로그를 통해 루머를 퍼뜨린 LPGA캐디를 상대로 미국 내에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강경한 뜻도 밝혔다.

정일미 측은 1일 보도자료를 통해 “너무 억울해 어이가 없다. 나는 한국선수들 중 최고참이고 지난해 LPGA선수이사를 지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골프규정이나 매너에 있어 한 점 부끄럼이 없다고 자신한다”며 “볼이 바뀐 사실을 자진 신고해 실격처리를 받았는데 언론을 통해 루머가 계속 퍼지고 있어 너무 속상하다”고 입을 열었다.

정일미는 지난달 27일 LPGA 캐나다여자오픈 1라운드 도중 18번홀에서 두 번째 tit을 할 때 동반플레이를 하던 안시현과 볼이 바뀌었다. 두 선수는 각각 파로 라운드를 마친 후 스코어카드에 사인을 했는데, 사인 직후 볼이 바뀐 사실을 확인하고 대회본부로 찾아가 신고를 해 실격 처리됐다.

‘오구(誤球) 플레이’로 불리는 이것은 골프 규칙 15조 3b항(경기 도중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으면 2벌타가 부과되지만 그린을 떠날 때까지 바로잡지 않으면 실격 처리된다)을 위반한 것이었다.

그런데 LPGA의 베테랑 캐디 래리 스미치는 대회를 마친 뒤 이상한 이야기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 문제를 양산했다. “안시현이 18번홀 그린에서 공이 바뀐 사실을 알았으며, 정일미와 상의한 뒤 두 선수가 스코어링 텐트로 가 스코어카드에 사인했다. 안시현이 캐디에게 ’너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협박하듯 말했다. 두 선수가 공모해 속임수를 쓴 것은 용서받기 힘든 행동이다. 벌금이나 출장정지가 아니라 영구제명 등의 중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는 것이 스미치가 언급한 내용.

스미치의 발언과 달리 정일미는 결백하다는 입장이다.

정일미는 “안시현의 캐디가 경험이 없었다. 전반 나인에도 안시현 프로의 캐디가 몇 번이나 내 공을 안시현의 볼로 오인하곤 했다. 18번홀에서는 너무도 당연하게 내 공을 안시현이 치도록 했다. 그런데 스코어카드에 사인을 하고 난 후 자원봉사자에게 볼을 사인해 선물로 주려고 할 때 볼이 바뀐 것을 알았다. 그래서 안시현에게 말해 자진 신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안시현과 상의해 속임수를 쓰려고 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다 안다. 내 캐디는 골프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볼이 바뀐 것을 알았지만 (정일미 프로에게)말하지 않았다. 이는 명백히 내 실수다. 정 프로는 스코어카드 사인 직후 볼이 바뀐 것을 알았고 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라고 말했다.

정일미의 매니저 송영군 씨에 따르면, 고의성 의혹을 제기한 스미치는 블로그에 한국비하 글을 올리고 줄곧 한국선수들을 비난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이번 의혹을 제기하면서 “한국 여자선수들의 규정 위반이 몇 년 전부터 계속되어왔다”고 주장하기도.

이에 송씨는 “스미치는 현장에 없었고, 안시현의 캐디로부터 얘기를 전해 듣고 실명까지 거론하며 문제를 확산시켰다. 안시현이 사인 전에 공이 바뀐 것을 알았는지 확실히 모르겠다. 하지만 안시현의 영어가 유창하지 않다는 점에서 캐디에서 현장에서 볼이 바뀐 것을 모르는 척 하라고 주문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정일미는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변호사를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 LPGA에도 이미 설명을 했고, 곧 커미셔너와 전화통화를 통해 다시 한번 의혹제기에 대해 설명을 할 것”이라며 “미국 현지에 정확한 확인을 하지 않고 블로그와 또 이를 인용한 몇몇 미국 언론의 보도만 보고 한국에서 기사화가 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미국 언론보도도 잘 보면 스미치의 주장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와 있다”고 말했다.

한편 LPGA 사무국은 안시현, 정일미, 해당 캐디 등을 상대로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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