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타차 뒤집기…양용은 3억원짜리 기적쇼

양용은이 10일 천안 우정힐스 골프장에서 열린 코오롱 제53회 한국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10타 차 선두를 따라잡는 드라마 같은 승부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4년 만에 우승한 양용은이 트로피에 키스하고 있다.

한국오픈 우승…4년만에 정상 탈환
국내 대회 역대 최다 타수차 역전승

‘바람의 아들’ 양용은(38)이 10타차를 뒤집고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로 우승상금 3억원의 주인공이 됐다. 2006년 이후 4년 만의 정상탈환이다.

10타차는 한국골프 역대최다 타수차 역전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1990년 쾌남오픈(봉태하 우승), 1994년 매경오픈(김종덕 우승), 2008년 KPGA선수권(앤드류 매켄지 우승)에서 나온 8타 차다. 양용은(38)은 10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 골프장(파71·7213야드)에서 열린 코오롱 제53회 한국오픈(총상금 10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10타 차 선두를 따라잡는 기적을 만들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역전 쇼였다. 3라운드까지는 노승열(19·타이틀리스트)이 주도권을 쥐었다. 2위에 5타나 앞선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해 쉽게 우승컵을 거머쥐는 듯 했다. 4라운드가 시작되자 상황이 돌변했다. 노승열(9언더파 204타)은 보기와 더블보기를 쏟아내며 추락한 반면, 공동 12위로 출발한 양용은(1오버파 214타)은 버디와 이글을 하며 전반 9홀에서만 6타를 줄였다. 순식간에 1타차 2위까지 추격했다. 기적이 예고된 건 5번홀(파5)이었다.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양용은은 18m 거리의 이글 퍼트를 성공시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메이저 챔피언다운 환상적인 퍼트였다.

첫날 3오버파 75타로 컷오프를 걱정하던 양용은이었기에 이때까지만 해도 우승을 예상하긴 쉽지 않았다. 본격 우승 경쟁은 후반 9홀에서 펼쳐졌다. 양용은과 노승열의 경쟁에 김비오(20·넥슨)까지 가세해 3파전이 됐다.

그러나 상승세를 탄 양용은은 10번홀(파4)에서 다시 버디를 낚아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첫날 트리플 보기로 자멸했던 11번홀(파4)에서도 파를 지켜내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고비도 있었다. 12번홀(파4)에서 첫 보기를 적어냈다. 14번홀(파4) 버디로 만회하는 듯 했지만, 16번홀(파3) 보기에 이어 17번홀(파4)에서 다시 위기를 맞았다.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대나무 숲으로 떨어져 두 번째 샷을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벌타를 먹고 드롭해서 쳐야하는 위치였지만 숲속에서 몸을 숙이고 7번 아이언으로 간신히 공을 빼낸 양용은은 세 번째 샷을 그린 옆까지 올린 뒤 보기로 홀아웃했다.

결국 이 홀에서 보기로 막아낸 게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 18번홀을 파로 끝낸 양용은은 합계 4언더파 280타로 먼저 경기를 끝냈다. 공동선두까지 올랐던 김비오 역시 16,17번홀 연속 보기로 무너져 우승이 확정됐다. 노승열은 후반에도 더블보기 1개, 보기 2개로 ‘양용은 기적’의 조연이 됐다.

“10타 차가 났기에 우승에 대한 관심도 없었다. 선두권에 올랐다는 사실 조차 16번홀에서 처음 알게 됐다. 17번홀에서 티샷이 대나무 숲에 빠졌을 때 이 샷을 잘하면 우승 기회가 오고 그렇지 않으면 힘들 것이라는 마음으로 쳤다”고 양용은은 말했다.

김비오는 합계 2언더파 282타로 최호성(37)과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다. 이날만 8타를 잃은 노승열은 공동 4위(1언더파 283타)로 떨어졌다. 아마추어 한창원(19)은 이븐파 284타로 6위. 상금랭킹 1위 김대현(22·하이트)과 대회 3연패 도전에 나섰던 배상문(24·키움증권)은 초청선수로 출전한 대니 리(20·캘러웨이) 등과 함께 공동 7위로 경기를 끝냈다.

사진제공｜JNA골프

천안｜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