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필드에선 이런 일이] 1m 버디 퍼트에도 실수 연발, 여고생 이은주 연장에서 눈물

입력 2010-12-22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0. 3퍼트에 날아간 우승컵
골프에서 연장전처럼 짜릿한 경기도 드물다. 매치플레이로 펼쳐지는 연장전은 스트로크플레이와 다른 긴박한 승부가 묘미다. 이런 순간엔 실력과 함께 강심장을 가진 선수가 유리하다.

국내 프로골프 역대 최고의 연장 승부로 지난해 5월 열렸던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을 꼽을 수 있다. 유소연(20·하이마트)과 최혜용(20·LIG). 두 동갑내기 스타가 맞붙어 연장 9홀까지 가는 대접전이 펼쳐졌다. 버디를 하면 다른 한명도 버디로 응수하고, 멋진 파 퍼트를 성공시키면 이에 질세라 또 다시 파를 잡아내 맞불을 놨다. 이렇게 계속된 승부는 그린에 어둠이 몰려올 때까지 계속됐다. 결국 정신력과 체력에서 앞선 유소연이 우승재킷을 입었다.

이 같은 명승부가 있는가 하면 올 5월 한국여자오픈에서 펼쳐진 연장전에서는 어이없는 실수가 이어진 싱거운 경기가 펼쳐졌다. 5월 16일 경주 디아너스 골프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양수진(19·넵스)과 여고생 골퍼 이은주(17·대전체고2·사진)는 54홀로 승부를 내지 못해 연장에 들어갔다. 양수진에게는 프로 데뷔 첫 우승, 이은주에게는 우승하면 프로로 직행할 수 있는 기회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연장전은 생각처럼 긴박하지 않았다. 오히려 긴장한 두 선수의 실수가 연발하면서 팬들의 쓴웃음을 짓게 했다.

18번홀에서 이어진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먼저 실수를 한 건 양수진이다.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가 위기를 맞았다. 반면 이은주는 1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남겼다. 누가 봐도 승패가 끝난 듯 보였다. 양수진이 세 번째 샷 만에 그린에 올라 왔고 파 퍼트마저 놓쳐 이은주는 2퍼트만 해도 우승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이 순간 이은주는 귀신에 홀린 듯 연속 실수를 했다. 이 짧은 거리에서 3퍼트를 해 결국 보기를 적어냈다. 거리는 1m에 불과했지만 첫 우승을 목전에 둔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10m 보다 더 먼 거리였다.

기회는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두 번째 연장에서도 양수진의 절묘한 어프로치가 나오는 바람에 파로 비겼다. 집중력과 경험이 부족한 이은주는 세 번째 연장에서 스스로 무너졌다.

양수진의 티샷은 페어웨이 중앙에 떨어진 데 반해 이은주는 티샷을 페어웨이 오른쪽 벙커로 보냈다. 양수진은 두 번째 샷을 가볍게 그린에 올렸고 이은주는 두 번째 샷이 다시 그린 앞 벙커에 빠졌다. 첫 홀에서 기사회생한 양수진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퍼트로 막아내 파를 잡았고, 이은주는 파 퍼트를 놓쳤다. 양수진의 프로 데뷔 첫 우승으로 연장전이 끝났다. 이은주에게는 두고두고 한으로 남을 아쉬운 순간이다.

신지애(22·미래에셋)가 2005년 9월 SK엔크린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이후 4년8개월 만에 아마추어 선수로 우승을 노렸지만 물거품이 됐다.

<끝>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