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성 “오직 승리…한국과 붙고싶다”

입력 2011-01-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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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국제공항 출국장을 빠져나오고 있는 일본 대표팀의 이충성. 스포츠동아DB

재일교포 출신 日대표 인터뷰

“한일전 펼쳐지면 좋은경기 될 것
아시안컵에 모든 걸 쏟아 붓겠다”
“한국을 만나보고 싶네요.”

분명 한국인 피가 흐르고 있지만 한국어는 익숙하지 않은 청년. 2011년 26세가 된 이 앳된 청년은 모든 게 신기한 듯 연신 두리번거리며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곳곳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기 바빴다.

4일 오전 9시40분(한국시간 오후 3시40분) 카타르 도하 국제공항. 세리에A 빅3로 불리는 유벤투스-AC밀란-인터 밀란의 지휘봉을 두루 잡았던 이탈리아 출신 명장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이끄는 일본 대표팀이 도하에 입성했다.

선수들 대부분이 천천히 걸어 나오는 가운데 가장 먼저 출국장을 빠져나온 이는 이충성(산프레체 히로시마)이었다. 후반기 일본 J리그에서 16골을 몰아치며 자케로니호에 깜짝 발탁된 케이스. 굳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마무리 담금질을 하고 있는 조광래호와 비교한다면 K리그 해결사로 떠오른 유병수(인천)와 비슷하다고 하겠다.

공식 인터뷰는 “나중에 하라”는 일본축구협회 관계자들의 제지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이 마련해준 선수단 버스에 오르기 전, 몇 마디를 나눌 수 있었다.

조금은 떠듬거렸고, 어눌한 말투였지만 의사 전달은 분명히 이뤄졌다.

“지금은 오직 팀(일본)의 승리에 매진할 때다.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에 모든 걸 쏟아 붓겠다”며 이충성은 필승 의지를 다졌다.

잘 알려진 대로 이충성은 재일동포 4세다. 일본식 이름은 타다나리 리. 공항에 운집해 있던 일본 취재진은 ‘이충성’이란 이름도 잘 알고 있었다. 일본 기자들은 이충성이 공식 석상에서 한국어를 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도 귀띔했다.

사실 이충성은 축구 실력보다 굴곡이 심했던 고된 인생길로 국내에서 유명세를 탔다. 일본 도쿄 태생의 이충성은 조총련계 조선 초급학교에서 축구화를 처음 신었다. 일본 중학교에 진학했지만 차별이 심했다. 고교 졸업 후 FC도쿄 18세 유스 팀에 입단해 1군까지 오르며 실력을 키웠다. 그 결과, 태극마크도 달았다. 2004년 19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이었다.

하지만 이충성이 설 곳은 없었다. “한국 국가대표가 꼭 되겠다”고 다짐했으나 현실은 정 반대였다. 동료들과 거의 어울리지도 못했던 이충성은 큰 결심을 했다. 그리고 3년 뒤 일본 국적을 취득하고 곧바로 올림픽대표팀에 선발돼 2008베이징올림픽 본선에 나섰다.

한국과의 인연도 그게 끝이었다. 조심스러웠지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냐’고 조금은 민감한 질문을 던져봤다. 돌아온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한국도 만나보고 싶고요. 일본도, 한국도 (아시안 컵에서) 좋은 게임을 할 것 같아요.”

이번 대회 B조와 C조에 속한 일본과 한국은 4강 이후에서나 만날 수 있다. 그야말로 한때 가슴에 품었던 조국을 향해 창을 겨눠야 하는 상황. 항상 내용보다 결과가 중시돼 온 한일전이 더욱 기대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도하(카타르)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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