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새 사령탑 릴레이 인터뷰] 황보관 “우승도 좋지만, 재미있는 축구 하겠다”

입력 2011-01-05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00104 구리챔피언파크 FC서울 황보관감독. 스포츠동아DB

사회에 활력주는게 프로축구 역할
성적보단 마케팅·재미로 다가가야
즉시 전력보단 유소년 육성에 최선
유망주 발굴해 꼭 함께 우승해야죠
FC서울 황보관(45) 감독은 16년 만의 한국 생활이 조금 낯설다.

얼마 전에는 아내와 함께 시내 백화점에 갔다가 지하주차장 출구에 카드 뽑는 기계가 없는 것을 보고 공짜라고 생각했다가 바코드 자동인식 시스템인 걸 알고 서로 신기해했다. 인터뷰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이날도 황보 감독은 3개 언론사와 연달아 인터뷰를 가졌다. 피곤할 법도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들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황보 감독을 4일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났다. 그는 구단으로부터 선물 받은 서울을 상징하는 붉은 색 넥타이를 하고 있었다.


○서울 감독은 영광

황보 감독은 작년 말 서울 감독 제의를 받고 주저 없이 수락했다. 가족과 특별한 상의도 없었다.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그의 생각을 가족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만큼 서울 사령탑은 매력적이고 영광스런 자리였다.

“프로축구는 결국 사회에 활력소를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단순히 우승만을 목표로 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서울은 구단 운영 마인드가 유럽에 가깝다. 단순히 축구 뿐 아니라 경영 측면에서 다른 구단들이 롤 모델 삼을 부분이 있다. 더구나 수도권을 연고로 하는 리그를 대표하는 팀 아닌가. 당연히 예전부터 한 번 맡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유소년 육성

황보 감독이 일본에서 지도자와 경영인으로 오랜 경험을 쌓으면서 가장 큰 업적으로 인정받는 부분이 유소년 육성이다.

오이타는 2000년부터 육성형 클럽으로 운영방침을 정하고 황보 감독에게 유스 팀을 맡겼다. 유소년 지도체계를 발굴하고 환경을 하나하나 정비해갔다. 결과는 놀라웠다. 조그만 시골 팀에서 일본대표 선수들이 나왔고 거액의 이적료를 받고 명문 팀으로 옮겨갔다.

현 일본 대표팀 골키퍼 니시카와 슈사쿠는 작년 말 ‘스승하고의 술 한 잔’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황보 감독을 초정했다. 그는 중학교 시절 황보 감독이 발굴했던 선수다. 황보 감독은 “일본사람도 아닌 나를 불러준 것을 보며 개인적으로도 큰 보람을 느꼈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GS스포츠 정종수 사장은 최근 새로운 창단을 천명했다. 서울이 황보 감독을 영입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서울은 K리그를 대표하는 구단이다.

유소년 육성에 방향타를 잡았다고 성적을 포기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지난 2년 간 거액을 주고 자유계약(FA) 선수들을 영입했고 우승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서울의 미래로 꼽히는 어린 선수들은 출전 기회를 잃었다.

이 괴리감을 메울 수 있을까. 황보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서울은 우승 전력을 갖고도 매번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팀워크에서 중심을 잡아 주는 선수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매해 그렇게 하면 더 많은 피(금전적인 부분에서)를 흘려야 한다. 유소년이나 마케팅, 재밌는 축구를 표방하면서도 성적을 내야하는 게 내 임무다. 물론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나에게도 도전이다. 하지만 피할 수 없다.”


○코칭스태프 선임 완료

황보 감독은 5일 선수단 상견례에 앞서 새해를 맞아 미리 선수들 모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신뢰와 책임, 자율, 의사소통이이라는 단어들이 뼈대를 이뤘다. 황보 감독은 “감독이지만 내가 먼저 선수들에게 다가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고 말했다.

서울은 황보 감독 행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코치진 선임을 서둘러 마무리 했다. 최용수(38) 코치가 수석코치로 황보 감독을 보좌한다. 이기형 코치(37), 신범철 GK 코치(41), 간노 아츠시 피지컬 코치(46)를 차례로 영입했다.

구리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