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기자의 현장출동] 대전엔 ‘국곡리 아이들’이 있잖유∼

입력 2011-02-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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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F3가 남해에서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왕선재 감독은 이들을 전력 핵으로 점찍었다. 왼쪽부터 황진산, 이현웅, 김성준.

대전의 F3가 남해에서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왕선재 감독은 이들을 전력 핵으로 점찍었다. 왼쪽부터 황진산, 이현웅, 김성준.

대전시티즌 남해 전훈캠프에 가다…스물세살 동갑내기 중원장악 특명
K리그 대전 시티즌은 남해 상주체육공원에서 동계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2군까지 합쳐 모두 42명 선수단이 동행했다. 그래왔듯 열악한 환경이다. 국내 훈련을 시작한 9일부터 25일까지 펜션 3개를 빌렸지만 방이 부족해 일부는 이부자리를 깔고 새우잠을 청한다. 시야에 펼쳐지는 탁 트인 해안마저 없다면, 서글플 지경이다.

하지만 느낌은 좋다. 될 성 부른 떡잎이 풍성한 대전이다. 특히 23세 동갑내기 황진산, 김성준, 이현웅을 빼놓을 수 없다. 대전 서포터스는 팀 선수단 숙소가 있는 지명을 따 이들을 ‘국곡리 아이들’로 부른다.


● 절친이 와해될 뻔한 사연

꽃미남 4총사가 나온 ‘꽃보다 남자’란 드라마가 있었다. 여성들은 이들을 ‘Flower 4’로 부르며 열광했다. 대전에도 F4가 있다. 아니, 이제 3명으로 줄었으니 F3로 해야 할 듯 하다. 물론 타고난 미남은 아니다. 멋진 외모 또한 아니다. 한데 묘한 매력이 있다.

대전 왕선재 감독은 이들을 팀 핵심으로 여긴다. 포지션도 같다. 4-3-3 시스템의 중원을 담당한다. 이현웅이 전방에 포진하고, 나머지 둘은 수비형에 가깝다. 황진산은 최근 벨기에 로얄 앤트워프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큰 무대에서 좋은 경험을 쌓고 오라”는 왕 감독의 배려가 있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래도 동기들은 웃으며 “진산이가 돌아와 기뻤다”고 했다. 황진산이 고개를 떨궜다. “친구가 잘 되면 좋지만 함께 뛸 수 있어 행복하다”는 이현웅이다.

김성준도 “우린 함께 있을 때 강해진다”고 한 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재치도 남다르다. 황진산은 벨기에 음식에 물려 광저우에서 훈련 중인 이현웅에 ‘김치가 먹고 싶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도착한 답신. 한 마디 격려 없이 잘 익은 김치 사진이 전송돼 있었다.


● 실력은 누구보다 최고

갓 막내를 벗어난 이들에게는 큰 포부가 있다. 2011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직접 일구는 것. “내년에는 우리도 외국 물 좀 먹겠다”고 입을 모은다.

이현웅은 “그간 득점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이제 욕심 좀 내련다”고 했다. 오른쪽 종아리 등을 다쳤던 황진산은 “그간 부상으로 제 몫을 못했는데 올해는 아프지 않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성준도 “최고의 역할로 최상의 결과를 내겠다”고 다짐한다.

왕 감독은 한 자릿수, 더 나아가 6강을 노린다. 작년에는 꼴찌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다. 더 이상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아픔. 3총사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글·사진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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