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기자의 현장출동] 청소하는 감독, 장비 나르는 코치

입력 2011-02-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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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안익수 신임 감독이 부산 강서체육공원 내 클럽하우스 그라운드에서 선수단을 조련하고 있다.

“선수 위 군림해선 안된다”
안익수감독 분위기 확 바꿔
부산 아이파크 골키퍼 이범영(22)은 지난 시즌 팀 훈련 30분전이 되면 정신없이 바빴다. 물병을 옮기고, 아이싱용 얼음을 준비하고, 각종 훈련 장비를 막내급 동료들과 부지런히 날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부산의 훈련 풍경은 180도 바뀌었다. 선수들은 오직 훈련에만 전념하면 된다.

장비 담당이 따로 생겼다. 안익수 신임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덕분이다. 확 달라진 부산 선수단의 훈련 풍경을 엿봤다.


● 솔선수범 & 소통

부산 선수단의 동계훈련이 진행 중인 부산 강서체육공원 내 클럽하우스.

오후 훈련을 앞둔 2시35분. 안 감독과 백종철 수석코치, 이상윤 코치 등이 장비를 나르고 있는 가운데 선수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낯선 풍경은 “지도자가 선수단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는 안 감독의 남다른 철학에서 비롯됐다. 안 감독은 부임 후 클럽하우스 1층 체력 단련실을 청소하는 것으로 첫 업무를 시작했다.

걸레를 직접 빨아 구석구석을 훔치고, 각종 장비들을 깨끗이 닦았다. “코치는 솔선수범 리더가 돼야 한다. 마음을 먼저 열어야 한다.” 안 감독은 권위를 포기한 대신 제자들의 마음을 얻었다. 훈련장이 늘 유쾌하다.

팬들과의 소통에도 신경을 썼다. 안 감독은 체력 단련실 옆 공간을 ‘팬 존’으로 꾸며 팬들과 선수가 담소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안 감독은 “환경부터 바꿔야 했다. 선수들이 오직 축구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일도 시급했다”고 털어놨다.


● 희망 축구 & 생각하는 축구

부산 안병모 단장이 “안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주전으로 생각하게끔 하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이른 바 ‘희망 축구’다.

안 감독은 “팀에 스타가 없다. 1, 2군 능력은 백지 한 장 차”라고 했다. 대개 축구 훈련 때 통상 주전의 상징인 조끼 착용도 안 감독은 여러 형태로 바꿔가며 스스로를 독려하게끔 만든다.

그러나 항상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예전 부산이 팀 훈련을 한 시간 반가량 진행했다면 요즘은 두 시간으로 늘었다. 모두 미팅과 대화를 위해서다. 쉼 없이 생각할 것을 주문했다.

“먼저 생각하고 움직여라!”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이해부터 하라!”

부산의 한 선수는 “몸은 덜 피로한데, 머리가 피곤해졌다”고 말했다.

안 감독은 “항상 생각부터 할 것을 주문한다. 생각을 하고 뛰면 이미 늦어버린다. 생각과 동시에 행동으로 옮기는 선수들을 키우겠다”고 말한다. 올 시즌 부산 축구가 기대되는 까닭이다.

부산ㅣ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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