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경 얼굴타면 속타 찍고 바르는데만 20분

입력 2011-02-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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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 높은 훈련 속에서도 동료들과 함께하는 점심시간은 즐겁기만 하다.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서 훈련 중인 최나연(사진 맨 왼쪽)이 식사 도중 후배들과 함께 대화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전지훈련장서 여자골퍼가 사는 법

조윤지, 애교만점 입담에 선배사랑 독차지
말수 적은 이정민 고기밥상선 입도 뻥 뚫려
베테랑 문현희 연습 또 연습 ‘혹독한 겨울’
박주영, 도넛 유혹에 다이어트 결심 와르르
골프는 다른 스포츠 종목과 달리 혼자 운동하는 시간이 많다. 그나마 여럿이 함께 모여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이 시즌 뒤 실시되는 전지훈련이다. 여러 사람이 모이다 보니 재미있는 일도 많다. 미국에서 전지훈련 중인 RNY 골프인스티튜트와 고덕호 PGA 아카데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살짝 들여다 봤다.


● 조윤지는 분위기 메이커

단체생활에선 늘 분위기 메이커가 있는 법. RNY 인스티튜트 전지훈련 캠프의 분위기 메이커는 단연 조윤지(20·한솔)다.

2010 KLPGA 투어 신인왕 조윤지는 거침없는 입담과 행동으로 투어에서도 선배들에게 사랑을 독차지 한다. 애교가 많고 붙임성이 좋은 성격 덕에 어느 곳을 가도 인기만점이다. RNY 캠프에서도 그가 가는 곳이면 웃음바다가 연출된다. 그래서 조윤지의 주변에는 항상 사람이 많다.

반면 이정민(20)의 성격은 조윤지와 정반대다. 조용하고 과묵해 존재감이 희미할 정도다. 연습할 때면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연습에만 집중한다. 워낙 말이 없고 조용한 성격이라 누가 말을 시키지 않으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그런 이정민이 가장 바쁘게 움직일 때가 있다. 바로 식사시간이다.

RNY 캠프의 식사를 담당하는 조리사는 “정민 씨는 평소에 말이 없고 얌전하다. 그런데 식사시간만 되면 조용히 다가와 귓속말로 ‘고기 좀 많이 주세요’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정민은 여자골퍼로는 장타를 치는 파워히터다. 드라이버 거리가 250야드를 너끈히 넘어간다. 식사 때마다 꼭꼭 챙겨먹는 고기의 힘이 장타의 근원인 듯 하다.

● “손은 타도 얼굴은 안돼”

뜨거운 태양은 골퍼에겐 공공의 적이다. 몇 시간씩 라운드하고 연습장에 있다보면 피부가 검게 타는 건 시간문제다. 남자들이야 얼굴이 새까맣게 타는 걸 훈장으로 여기지만 여자 골퍼들에겐 치명적이다.

피부 보호를 위해 화장은 기본이다. 바르고 또 발라 최대한 두껍게 화장한다. 그런 다음 다시 선크림을 발라야 겨우 안심이 된다.

점심시간, 식사를 끝낸 서희경이 오후 훈련에 앞서 화장을 고쳤다. 찍고 바르고 또 바르고 그렇게 20여분 동안 화장을 끝낸 서희경은 그때서야 연습장으로 나가 훈련을 시작했다.

“왜 그렇게 화장을 오래하느냐”고 묻자 손을 내보이더니 “이렇게라도 해야 조금 덜 타요. 손을 보세요. 완전히 까맣잖아요”라며 울상을 지었다.

이런 특수 분장에도 어쩔 수 없이 방치되는 곳이 있다. 바로 손과 귀다. 그래서 골프선수인지 아닌지 구별하려면 손과 귀만 봐도 알 수 있다. 얼굴에 비해 손과 귀가 까만 사람은 십중팔구 선수다.


● 연습벌레가 된 문현희

문현희에게 2010년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국내 최다상금 대회 하이원리조트컵 여자오픈에서 연장까지 갔지만 아쉽게 우승을 놓쳤다. 2% 부족함을 느낀 문현희는 올 겨울 독하게 마음먹었다. 벌써 스물아홉 나이다.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 둥지를 튼 문현희는 한시도 쉬지 않고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혹시 탈이 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들 정도로 훈련이 많다. 독하게 마음먹은 이유는 한가지다.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을 이기기 위해선 연습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도 될까 말까 해요. 후배들을 이기려면 이 방법밖에 없잖아요.” 어느덧 베테랑이 된 문현희가 투어에서 살아가는 법이다.


● 참을 수 없는 유혹

저녁식사를 마친 조윤지와 박주영에게 ‘악마의 유혹’이 다가왔다.

“도넛 엄청 맛있는데 하나 먹어볼래?”

식사를 끝낸 남자선수들의 장난이 이어진다. 조윤지와 박주영은 요즘 다이어트 중이다. “아니 안 먹을래.” “정말 맛있는데 진짜 안 먹어?”

하지만 계속되는 장난에 조윤지와 박주영은 결국 백기를 들고 만다. “윤지야, 우리 하나 가지고 반씩 나눠 먹을까?” 결국 둘은 도넛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손을 대고 말았다.글·사진|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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