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잘 할수 밖에 없을 걸?” SK 여유만만

입력 2011-03-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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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이승호. 스포츠동아DB

캠프 부진에도 믿는 구석
권용관 등 4명 시즌 후엔 FA 자격
대박 마지막 기회…동기부여 확실
박재홍 등 올해 계약만료 베테랑들
내년시즌 생사 걸려…각오 남달라
SK 김성근 감독은 3일 삼성과의 일본 오키나와 평가전을 끝낸 뒤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맥락은 ‘지금 이 전력이 SK가 보유한 최상이다. 더 이상의 추가 수혈은 없다고 본다’라는 뉘앙스였다. 기대를 모았던 루키 외야수 정진기는 결국 강원도 속초의 2군 캠프로 보내졌다. 잠재력은 풍부하나 아직 1군에서 뛰기에는 경험과 센스가 모자란다는 판단이다.

결국 SK는 ‘2010년 전력으로 2011시즌에 임해야 된다’는 것이 고지∼오키나와 캠프의 대장정을 마감하는 현 단계에서 내려진 잠정 결론이다. “팀에 신진대사가 안 돈다”라는 김 감독의 불안이 적중하는 것 아니냐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베테랑 군단 SK는 기존 전력 안에서 동력을 창출하는 동기부여의 수단을 가지고 있다. 바로 예비 프리에이전트(FA)의 다수 배출이 그것이다.

2011시즌을 무사히 마치면 FA 자격을 얻게 되는 선수를 열거하면 정대현, ‘작은’ 이승호 외에 ‘큰’ 이승호와 권용관이 있다. 투수 전준호는 FA 유자격자 신분을 이미 갖고 있다. 또 박재홍, 김원형도 시즌 후 재계약 대상자다.

전례에 비춰볼 때 사실상 FA에 준하는 위치를 갖고 있는 ‘중량급’이다. LG에서 이적한 내야수 최동수도 유사한 위치다. 올 시즌 눈에 확 띄는 성적을 내야 대박을 터뜨리거나 현역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선수들이 곳곳에 포진한 셈이다.


○정대현&이승호, 돈다발이 눈앞에

SK 불펜의 쌍두마차인 잠수함 정대현과 좌완 이승호(20번)는 롯데 이대호와 더불어 올 겨울 FA 시장이 열리면 가장 주목받는 ‘빅 3’으로 꼽힌다. 일본 팀이 둘을 관찰하고 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이미 정대현은 오키나와 캠프부터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김 감독이 인정할 정도다. 일종의 FA 효과다. SK의 오키나와 구시카와 캠프에서 만난 정대현은 아랫입술에 상처자국이 선명했다. 공을 던질 때, 이로 입술을 악물 때 생긴 흔적이다. 구위가 올라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정대현은 “내가 생각해도 예년에 비해 이렇게 빨리 몸이 올라온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캠프 인터뷰 당시 송은범의 선발 기용 구상을 밝혔다. 대신에 마무리로 기용할 최유력 대안으로 정대현을 꼽았다.

18일 SK 와이번스 오키나와 전지훈련 사진제공 | SK 와이번스



이승호 역시 SK의 오키나와 평가전 초반전부터 실전 투입조로 분류될 정도로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SK는 시즌을 마치면 불펜조를 일부러 재활조로 넣어 충분한 휴식을 주는데 정우람이 계속 오키나와 재활캠프에 남아있던 것과 달리 이승호는 중간에 고지 캠프 본진에 합류시켰다. 컨디션 회복이 순조로웠다는 증거다.

정대현과 이승호는 나란히 “FA는 머릿속에 넣지 않고 있다. 일단은 올 시즌을 무사히 치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평정심을 잃지 않겠다는 의도겠지만 의욕은 충만하다.

정대현과 이승호는 3일 삼성전에 나란히 등판해 각각 2이닝과 1이닝을 던져 무실점을 기록했다. 정대현은 시속 131km, 이승호는 시속 138km를 찍었다.


○칼을 가는 베테랑들

큰 이승호(37번)도 FA를 눈앞에 두고 있다. 대졸선수 FA 자격을 기존 9시즌에서 8시즌으로 1년 줄여준 데 따른 혜택을 봤다. 베테랑 우완 전준호는 2008년 시즌 후 FA 자격을 얻었는데 그동안 행사를 하지 못했다. “창피하니까 나는 (FA 효과를 누릴 선수 명단에서) 빼달라”고 웃지만 의욕이 남다르다.

야수 중에선 유격수 권용관이 FA 대상자다. 재활 속도를 당초 예상보다 당기는 등 잃어버린 명예를 SK에서 되찾겠다는 독기가 서려있다. FA라고는 할 수 없지만 올 시즌 성적을 내야 연봉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절실한 노장급들로는 주장 이호준을 비롯해 최동수, 김원형, 박재홍 등이 있다. 어쩌면 2011시즌 결과에 따라 SK와의 동거 여부가 좌우될 수 있는 위치여서 나름 절박하다.

SK가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요인으로 ‘관성의 법칙’이 거론된다. ‘이기는 자가 습관적으로 계속 이긴다’는 논리다. 이기면 맛보는 쾌감, 소위 돈맛을 알기에 승리를 향한 갈망이 남다르다는 예기다. 이 지점에서 SK에는 위에서부터 ‘배고픈’ 자들이 널려있는지 모른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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