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포 이대호, 사실은 정교한 타자”

입력 2011-04-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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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개막 축포를 쏘아 올린 롯데 이대호가 3일 사직 한화전에서도 이틀 연속 대포를 터뜨리며 통산 200홈런 고지를 밟았다. 덕아웃으로 돌아온 후 두 주먹을 들어 올리며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200홈런 이대호 왜 대단한가
선구안·스윙밸런스·배트스피드 탁월
“홈런은 힘 좋아 자연스럽게 나온 것”

롯데 김무관 타격코치는 이대호에 대해 “홈런타자라기보다 정교한 타자”라며 “홈런은 힘이 워낙 좋아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김 코치의 말처럼 빼어난 선구안을 갖춘 이대호는 완벽한 밸런스에서 나오는 스윙이 흠 잡을 데 없다. 타격왕과 홈런왕, 두 타이틀을 한꺼번에 차지할 수 있는 것도 그런 연유다.

‘홈런타자는 삼진을 많이 당한다’는 속설도 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타격 7관왕을 차지한 작년 시즌, 그는 127경기에 출장해 총 77개 삼진을 당했다. 경기당 0.61개에 불과했다. 전형적인 홈런 스윙 궤적을 보이는 KIA 김상현이 2009년 홈런왕을 차지하면서 121경기에서 103개의 삼진을 당한 것과 비교하면 훨씬 적다.

그가 삼진을 잘 당하지 않는 것은 투스트라이크 이전에 공격적인 자세로 타석에 서기 때문이다. 볼카운트가 몰리기 전에 자신 있게 방망이를 돌린다는 말이다. 유심히 지켜보면 그는 파울타구도 별로 나오지 않는다. 배트 스피드가 탁월하고, 밸런스가 그만큼 좋다는 방증이다. 볼넷이 유독 많은 그지만 그는 지난해 타석당 3.77개의 볼을 상대했다. 이는 지난해 리그 평균(3.87개)보다 적다.

그를 ‘빼어난 타자’라고 하는 것도 그래서다. 팀 동료인 홍성흔은 “이제 한국에 이대호와 견줄만한 타자는 없다”고 평가한다. 2010년 타격 7관왕이란 전무후무한 기록이 이를 입증하고, 올시즌 시작도 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대호는 2일 개막전에서 한화 류현진을 상대로 1점 아치를 뿜은 뒤 3일 안승민에게 또다시 홈런포를 가동했다.

시범경기 전 밝힌대로, 홈플레이트를 밟은 뒤 아내 신혜정 씨에 대한 사랑을 담은 목걸이에 키스 세리머니를 펼치며 이틀 연속 현장을 찾은 아내를 기쁘게 하면서 ‘이대호 홈런’을 보기 위해 사직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큰 선물을 건넸다. 이틀 연속 홈런으로 개인통산 200호(통산 16번째) 홈런이란 값진 기록에도 입맞춤했다. 이틀 간 성적은 6타수 3안타(1홈런), 2볼넷 1삼진.

개막전에 1루수로 나섰다가 3일에는 지명타자로 나선 이대호는 “발목이 좋지 않아 무리하지 말라는 뜻으로 감독님께서 배려해 주셨다”면서 “홈런이나 기록에 대한 의미는 두지 않는다. 다만 개인적으로 팀이 져서 너무 아쉽다”고 했다. “아무래도 개인 기록보다는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홈런이 값지다. 다음 경기에 더 좋은 모습 보이겠다”고 덧붙였다.


김도헌 기자 (트위터 @kimdohoney)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ㅣ김종원 기자 (트위터 @beanjjun)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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