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베이스볼] ‘1할 타율’ 이원석 감격의 눈물 펑펑

입력 2011-05-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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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이네요. 삼성은 살아나고, 두산은 가라앉고∼. 한화는 일어서고, 넥센은 주저앉고∼. 지난 한주 동안에도 8개 팀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저마다 희비가 엇갈렸어요.


○두산 이원석의 소중한 ‘타율 1할’

‘타율 1할 타자가 타자냐’고 비난할 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두산 이원석에게 올시즌 ‘1할’은 남다른 기록이에요. 개막 후 무려 31타수 1안타의 빈타에 허덕이며 3푼2리의 초라한 타율을 기록하고 있었거든요. 운도 없었어요. 잘 맞은 타구마다 수비수 정면으로 가면서 고개를 숙였어요. 하지만 5월 8일 잠실 롯데전부터 멀티히트를 때려내며 타격감을 올리기 시작하더니 12일 광주 KIA전에서 시즌 첫 홈런까지 치며 드디어 1할 고지에 올랐어요. 두산 유니폼을 입은 2009년부터 3할 가까운 타율을 유지했던 그가 전광판에 뜬 ‘1할’을 보고 눈물을 흘릴 정도였으니 마음고생은 짐작하고도 남아요. 게다가 그 뒤에는 피나는 노력이 숨어있어요. 이원석은 타격감이 좋지 않은 고영민과 함께 개막 후 매 홈경기마다 특타조 이전에 구장에 나오는 선(先) 특타조에 배치됐어요. 1안타를 칠 때까지 손바닥 이곳저곳이 찢어질 때까지 방망이를 휘두르는 게 과제였어요. 원래 땀방울은 배신하지 않는 법이에요. 점점 타격감이 살아나니 후회는 없대요.


“이닝교대는 2분” 원칙주의자 코리
시간지키려 빨리 투구 아뿔싸 홈런

○악몽의 원인은 이닝교대시간?


21일 짜릿한 잠실 승부의 비화에요. 롯데가 4-2로 앞선 9회말 2사 2루였어요. 타자는 LG 대타 윤상균. 감독이 올라와 ‘바깥쪽 유인구로 승부하라’고 해요. 포수 사인도 똑같아요. 투수도 ‘그렇게 던져야지’ 했어요. 그런데 웬걸. 왼발을 내디디면서 살짝 미끄러지고 말았어요. 볼이 가운데 높은 곳으로 날아가자 투수는 깜짝 놀라 펄쩍 뛰어 올랐고, 결국 동점홈런 됐어요. 팀은 역전패했어요. 이튿날 후일담 들어보니, 기가 막혀요. 이 투수, 모든 일에 철두철미한 원칙주의자에요. 시간 약속은 칼이고, 규정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기에 포인트가 있어요. 문제는 이닝 교대시간이었어요. 9회 등판해 자신의 스파이크로 마운드를 고르는데, 2분이 곧 가까워오더래요. ‘시간 지켜야겠다’는 일념으로 마무리하지 못한 채 투구에 들어갔다가 결국 마무리에 탈이 난 거래요. 시간 지키다 게임 망쳤으니, 다음엔 조금 달라질 것 같아요. 롯데 코리 얘기였어요.


○롯데 박종윤, 눈물의 인터뷰?

롯데 1루수 박종윤은 ‘SK 덕에 먹고 사는 업자’ 이미지가 강해요. 사실 박종윤의 SK전 데이터(0.221)는 별로 좋진 않아요. 그러나 SK 상대로 유독 홈런을 많이 터뜨린 덕에 강한 인상이 박힌 거예요. 통산 홈런이 13개인데 SK한테만 6개예요. 이 중 두 방은 만루홈런이었어요. 그런데 작년까지 박종윤이 홈런을 친 5경기에서 롯데는 SK에 전패를 당했어요. 심지어 정우람을 상대로 만루홈런을 쳐냈을 때도 팀은 졌어요. 이런 박종윤이 17일 문학 SK전에서 시즌 1호 홈런을 또 만루홈런으로 장식했어요. 롯데도 SK를 대파했고요. 승리 직후에 최초로 수훈선수 인터뷰도 했어요. 오매불망 고대하던 그날이 뒤늦게 찾아온 것 같아요.


배영섭 사구 2개 맞고 싱글벙글 왜?
“가족들 안부전화 쏟아져 뿌듯해요!”

○사구 맞고 ‘웃은’ 배영섭


삼성 배영섭은 올해 새로운 1번타자로 각광받고 있어요. 지난해 도루를 30개나 성공시킨 1년 선배 이영욱을 밀어내고 당당히 자리를 꿰찼거든요. 류중일 감독의 작품이에요. 그래서 배영섭은 늘 긴장상태를 유지해요. ‘감독 사랑 독차지하고 있다’는 소리 나올 수 있으니까요. 그런 배영섭이 얼마 전 가족사랑을 확인하고는 가슴이 찡했대요. 17일 대구 넥센전에서 사구를 2개나 맞았는데요. 경기 끝나고 핸드폰이 불났대요. 수원에 사시는 부모님은 이날도 게임이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전화로 안부를 물어오셨대요. 세 살 위 큰 누나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런데 좀처럼 연락이 없던 둘째 누나로부터도 이날은 전화가 걸려왔대요. 배영섭은 “둘째 누나는 내가 뛰는 경기를 전혀 안 보는 줄 알았는데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며 흐뭇한 표정 지었어요.



○연패 탈출 위한 넥센 베테랑들의 노력


최근 10경기 1승9패. 4월 말∼5월 초 잘 나갔던 넥센의 모습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그래도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한, 고참선수들의 노력만큼은 눈물겨울 정도에요. 불혹의 최고참 이숭용은 지난주 초 3연전 때 알드리지를 다독였어요. “괜찮다”고, “앞으로 홈런 펑펑 칠 것”이라고, 용기를 불어넣었대요. 주장 강병식은 최근 선발출전 횟수가 줄어들었지만, 그래서 더 우렁차게 동료들에게 원기를 전달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내 야구만 하면 됐지만, 이제는 캡틴으로서 팀 전체를 보듬어야 하니까요. 젊은 선수들이 못 치면 “잠시 페이스가 주춤하다”고 하지만, 베테랑들이 못 하면 “이제 그럴만한 나이도 됐다”고 수군거려요. 그게 노장의 비애에요. 하지만 팀이 어려울 때 가장 먼저 발벗고 나서는 선수들은 바로 그들이에요. 넥센 베테랑들의 노력은 과연 이번 주에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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