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선발투수 불펜 투입 바람직하지 않다” 70%

입력 2011-08-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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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투수의 구원등판이 잦다. 이는 KIA 윤석민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야구관계자들은 “투수들의 보직이동은 자칫 선수 뿐 아니라 팀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포츠동아DB

선발투수의 구원등판이 잦다. 이는 KIA 윤석민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야구관계자들은 “투수들의 보직이동은 자칫 선수 뿐 아니라 팀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포츠동아DB

야구계 파워엘리트 50명 긴급설문
“선발투수 시즌 중 불펜 기용, 어떻게 생각하나?”

반환점을 돌아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는 2011년 한국 프로야구. 예년과 달리 시즌 초반부터 순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선발 투수가 종종 불펜으로 등판하는 경우가 유독 자주 발생하고 있다.

다승·방어율·탈삼진에서 모두 1위에 올라 있는 KIA 윤석민은 시즌 초인 4월 23일 잠실 LG전에 등판해 세이브를 기록했고, 마무리 투수 부재에 시달렸던 LG 박종훈 감독은 한 때 리즈와 박현준을 소방수로 기용하기도 했다.

선발과 중간, 마무리로 확연히 보직이 구분되는 현대 야구에서 선발 투수의 불펜 기용은 정도를 벗어난 변칙수로 볼 수 있다. 이에 스포츠동아는 각 구단 투수코치를 비롯해 선수, 야구인, 심판 등 야구계 파워엘리트 50명에게 ‘선발 투수의 불펜 기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마무리 부재 LG, 리즈·박현준 소방수 투입
순위싸움 치열…다승1위 윤석민도 S 기록

투수코치·포수·야구인 거의 전원 기용반대
당사자 투수는 “문제 없다”44%로 긍정적

밸런스 무너지면 팀 마운드 연쇄 붕괴 우려
“꼭 이겨야하는 경기엔 투입 긍정적” 의견도

○선발의 불펜 투입, 바람직하지 않다=70%

올스타브레이크를 앞두고 몇몇 선발 투수가 불펜으로 나서기도 했지만 이런 특수 상황을 제외하고 ‘시즌 도중 선발 투수의 불펜 투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던진 결과, 총 설문 대상자 50명 중 ‘문제될 게 없다’고 답한 사람은 10명(20%)에 불과했다.<그래픽 참조>



당사자격인 투수 16명 중 7명이 ‘문제 없다’는 의견을 밝혀 다른 응답군에 비해 긍정적 시각을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투수 코치(8명 중 1명), 포수(8명 중 1명), 야구인(14명 중 1명) 등 대부분 응답군에서 이 같은 의견은 소수에 불과했다.

반면, ‘원칙적으로 선발 투수의 불펜 투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응답은 전체 35명(70%)에 이르렀다. ‘중간 입장이다. 상황에 따라, 투수에 따라 다르다’며 답변을 보류한 응답자는 5명(10%)이었다.



○선발 투수의 불펜 투입, 왜 안 되는가

롯데 주형광 투수코치는 “팀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경우가 있지만, 원칙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선발 투수는 나름의 사이클이 있는데 선발 등판을 앞두고 불펜 피칭을 하는 것과 실전 등판은 확실히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심리적 측면에서 볼 때 기존 불펜 선수들의 사기 문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불펜으로 돌아선 선발 투수가 실패했을 때를 가정하면 그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두산 조계현 투수코치 역시 “절대 반대”라며 “실전에서 불펜 피칭을 대신하다보면 밸런스가 무너지기 쉽다. 그렇게 되면 또 다른 투수가 그 빈자리를 메워야 하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연쇄적으로 팀 마운드가 무너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6월 3일 잠실 삼성전에서 마무리로 등판, 세이브를 기록했던 두산 김선우는 “선발 로테이션을 한번 거르고 마무리로 던졌지만, 그 다음 등판 때 힘이 들었다. 밸런스가 무너진 느낌이었다”며 “안 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삼성 장원삼도 “투수는 예민한 존재”라며 “불펜 피칭은 80% 정도의 힘으로 하지만 경기에 나서면 전력 피칭을 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팔과 몸에 무리가 가게 된다”고 했다.

양상문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기본적 역할 틀을 깨는 것은 단시간엔 효과를 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짐이 돼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면서 “포스트시즌이나, 올스타브레이크 등을 앞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선발 투수의 불펜 투입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선동열 전 삼성 감독 역시 “선발은 선발에 맞게 준비를 하고, 중간은 중간에 맞게 준비를 하는 게 몸에 익숙해져 있다. 지금은 투수들 보직이 다 정해져 있어 선발과 불펜을 왔다갔다 하는데 익숙치 않은 투수에게는 부하가 걸리게 마련”이라고 밝혔다.

하일성 KBS 해설위원은 “캠프에서 선발을 준비했고, 선발로 계속 던져온 투수는 자신만의 리듬이 있고 미세 근육 자체가 구원투수와 다르다. 부상 위험도 크고, 구위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한다”면서 “순위 싸움 탓에 각 구단 감독들이 급한 마음에 선발 투수를 불펜으로 돌려쓰는데, 시즌 막바지 혹은 포스트시즌이 아니라면 이 같이 해서는 안된다. 100% 실패가 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빅리그의 경우 선발, 중간, 마무리 보직에 따라 누수가 생기면 마이너리그에서 선수를 올려 쓰는데 우리 현실은 그게 불가능하다. 좋은 선수는 무조건 1군에 다 올려야 한다. 선발 투수의 불펜 투입은 KIA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 팀들이 투수 자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투수의 공을 직접 받는 포수 8명 중 7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였는데 이중 LG 조인성은 “분명 무리가 간다. 공을 받아보면 안다. 불펜 피칭 후 다음 등판 때 구위가 안 좋다”면서 “한번쯤은 몰라도 시즌 중 몇 차례 그렇게 할 경우 투수들의 피로는 누적되고 구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롯데 강민호도 “선발 투수는 선발 투수대로 리듬이 깨질 것이고, 기존 불펜 투수들은 ‘나를 믿지 못해’ ‘내가 약하니까’라는 실망감을 느끼게 된다. 팀 사기 측면에서도 안 하는게 낫다고 본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선발 투수의 불펜 투입, 문제 없다

일본인 삼성 오치아이 투수코치는 “중간 입장”이라며 “팀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게임이 있는 법이다. 길게 보면 바람직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할 때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소수에 불과했지만 선발 투수의 불펜 투입에 대해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있다. SK 가토 투수코치는 등판 스케줄과 투구수 등을 조절해 준다는 전제하에 “팀 상황이나 일정에 따라 선발 투수를 불펜에 넣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고, LG 김광삼은 “장기레이스를 하다보면 매일 몸을 풀어야 하는 중간 투수들도 과로에 힘들 수밖에 없다.

선발 투수가 한번쯤 거들어 불펜진에게 휴식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괜찮다고 본다”고 했다. 실제 마무리로 등판했다가 동점을 허용한 뒤 결국 구원승을 챙긴 경험이 있는 박현준은 “한번쯤은 팀이 필요로 하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 나도 큰 문제가 없었다”면서 “원래 선발 등판 3일 후에 불펜피칭 50개 정도를 하는데 어차피 던지는 것이니까 50개 이내라면 괜찮다”고 했다.


○구원 등판시 가장 고려해야할 것은?

넥센 정민태 투수코치는 “시즌 초반부터 선발 투수를 중간 또는 마무리로 활용하고, 또 선발로 돌리는 것은 투수 본인에게 많은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시즌 막판 또는 꼭 이겨야하는 경우 철저한 관리만 해준다면 가능하다”면서 “선발 투수를 구원으로 활용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부상 위험이다. 선수들마다 능력치가 다르기 때문에 부상 위험을 고려해 투구수나 회복기간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G 최계훈 투수코치는 “구원 등판하는 날은 경기 내내 대기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펜피칭과 실전피칭은 다를 수밖에 없다. 투수가 받는 스트레스도 심하다”면서 “어쩔 수 없이 불펜 등판을 한다고 해도 원래 불펜 피칭하는 것보다 투구수는 적어야 하고, 상태에 따라 휴식일도 조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선동열 전 감독은 “투구수는 30개 이내, 1이닝 정도로 해야 한다. 이를 넘어가면 휴식일을 하루 정도 더 주는 게 좋다. 투수마다 다르지만 불펜 투구 후 2일 후 등판이었다면 3일 후 등판을 하는게 낫다”고 말했다.

김도헌 기자(트위터 @kimdohoney)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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