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 기자의 두바이에서 만난 사람] 손흥민 “국적 바꾸라는 말 듣고 큰 충격”

입력 2011-11-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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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8일 인터뷰에서 지난달 아버지가 대표팀 코칭스태프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표팀 차출 자제를 요청했던 것과 관련해 자신이 느꼈던 점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두바이(UAE)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 손흥민, 부친 대표팀 차출 자제발언 그 후

● 부친 발언 속내는

“화가 나셨다는 건 알았지만….
그 때는 정말 속상하고 당황스러웠다”

● 독일 가서도 힘들었을텐데

“내 자식이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는
조광래 감독님의 말이 큰 힘 됐다”

● 부친이 사과하지는 않았나

“인터넷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
충격 받을까봐 걱정을 많이 하신것 같다”


국가대표 공격수 손흥민(19·함부르크)의 아버지 손웅정 씨는 10월12월 월드컵 3차 예선 3차전을 마치고 독일로 떠나는 아들을 배웅하러 나와 “후보로 쓸 거면 앞으로 대표팀 차출을 자제해 달라”는 공개 발언으로 충격을 줬다. 그 이후는 어떻게 됐을까.

손흥민의 축구화 뒤꿈치 부분에는 태극기가 있다. 후원사에 직접 요청해 새겨 넣었다. 함부르크 방에도 태극기가 걸려 있다. 외국에 있어도 항상 대한민국을 생각하려고 한다. 그런 손흥민이 아버지의 대표팀 차출 자제 파문 이후 한 네티즌에게 ‘국적을 바꿔라’는 말을 들었다. 워낙 민감했던 사안이라 어느 정도의 비판은 각오했지만 이 말은 정말 큰 충격이었다.


-당시 상황을 돌이켜 본다면.

“너무 놀랐다. 아빠가 그런 이야기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공항 가는 길에 화가 나셨다는 건 알았지만…. 그 때는 정말 속상하고 당황스러웠다.”


-독일에 가서도 많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

“조광래 감독님이 직접 전화 하셔서 걱정하지 말라고, 아빠는 그런 말 할 수 있다고 내 자식이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 너무 편안하게 대해주셔서 그걸로 힘을 많이 받았다. 그 때 정말 많은 기사와 댓글이 있었는데 안 읽으려고 해도 읽게 되더라. 국적을 바꾸라는 말이 가장 충격이었다. 나는 축구화에도 태극기 새겨 넣고 마음을 가다듬으려고 노력하는데…. 당분간 인터넷을 안 했다. 아빠도 인터넷 하지 말라고 말씀 하시더라.”


-혹시 아버지가 나중에 경솔했다고 사과하진 않았나.

“그런 말은 없었지만 아빠가 그렇게 생각하고 계실 것 같다. 내가 충격 받을까봐 인터넷 하지 말라고 하신 거 보면.”


-차두리와 기성용 등 선배들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글을 남겼는데.

“두리 삼촌이 글 쓰고 그게 기사화가 됐다. 삼촌이 전화해서 너는 나를 꼭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말씀하셨다. (차)두리 삼촌 글을 잃으면 나를 위한 거라고 느껴졌다. 그런데 아빠는 나와 보는 눈이 다르더라.

평소 나를 아껴주던 두리 삼촌이 글을 남겼다는 말에 아빠가 굉장히 당황하셨다. 저는 아빠에게 두리 삼촌은 나를 위해서 글을 써 준 것 같다고 말했고, 아빠도 나중에는 이해하셨다. (기)성용 형도 (저를 깎아내리려고) 그렇게 쓴 건 아니다. 아마 이 사건으로 우리 뿐 아니라 주변까지 너무 예민해지지 않았나 싶다. 성용 형도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내 왔다. 그리고는 나에게 트위터 그만 하겠다고까지 했다.”

(차두리와 손흥민은 올 초 카타르 아시안 컵 때 처음 대표팀에서 만났다 그때부터 손흥민은 띠 동갑 차이가 나는 차두리를 삼촌이라고 부른다.)


-그래도 잘 이겨낸 것 같다.

“형들 도움 많이 받았다. (구)자철 형에게 힘들다고 하소연하니 좋은 말 많이 해주셨다. 그러다 보니 많은 힘이 됐다. 워낙 서로 일정이 바쁘다 보니 자철 형과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그래도 전화통화 자주 한다. 제가 형에게 함부르크로 놀러오라고 한다. (동생이 놀러 가야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거기(볼프스부르크) 가면 촌 동네라 할 게 없다. 함부르크가 낫다.”

손흥민이 대표팀 숙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질문에 솔직하게 답하고 있다. 두바이(UAE)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구자철이 여름에 함부르크로 올 거라는 사실은 미리 알고 있었나.

“알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자철 형 왔으면 나도 정말 좋았을 뻔했다. 우리 단장님이 자철이 형에 대해 어떤 선수냐고 물어서 자철이 형의 그대로를 이야기 해줬다. 기술이 좋고 제가 생각하기에는 정말 너무 좋은 선수라고 말했다.”


-어제(7일)도 차두리와 같이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고 하던데.

“삼촌이 아시안 컵 때부터 워낙 아껴주셔서 저도 잘 하려고 노력하고 삼촌 옆에 붙어 있으려고 한다. 아시안 컵 때 처음에 아는 형이 없어서 어색했는데 삼촌이 와서 독일 말로 말 걸어주며 챙겨주시는 거 보고 정말 감사했다. 삼촌은 대놓고 넌 내가 진짜 아끼는 동생이라고 말씀해 주신다. 저도 정말 잘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독일축구에 대해서도 차두리와 많은 이야기 나누나.

“요즘 삼촌이 날 놀리는 재미에 빠졌다. 함부르크가 강등권이라고 놀린다. 원래 삼촌이 분데스리가에서 뛸 때는 함부르크가 정말 좋은 팀이었다. 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삼촌에게 재작년에 함부르크와 셀틱이 유로파리그 토너먼트에서 만나 함부르크가 이겼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복수했다.”


-차두리 아버지 차범근 SBS해설위원은 독일 축구의 전설인데.

“차 감독님이 아시안 컵 때 삼촌 보러 오셨었다. 삼촌이 내려오라고 해서 가보니 (차범근) 감독님이 와 계셔서 너무 놀랐다. 감독님이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하셔서 너무 영광이었다. 실제로 본 건 처음인데 해설하시는 모습 볼 때는 몰랐는데 정말 덩치가 장난 아니셨다. 어깨도 정말 넓고 덩치도 정말 크셔서 놀랐다.”


-독일에서 차 위원의 위상을 느끼나.

“엄청나다. 어디가도 한국 이야기만 나오며 차 감독님 이야기다. 특히 작년과 올해 프로에서 닥터 실이든 어디든 감독님 이야기뿐이다. 정말 대단하다는 걸 피부로 느꼈다.”


-독일로 갈 때 차 위원의 영향을 받았나.

“당연하다. 정말 세계적인 스타였으니까. 경기를 본 적은 없지만 대단한 분이라는 걸 알았고 감독님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독일에서 정말 감독님처럼 성장하고 싶다.”


-아직 대표팀 선발 경험이 없는데.

“생각해보니 그렇다. 선발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감독님이 짜시는 거니까. 감독님이 스트레스 받으실 것을 알고 있다. 여러 선수 놓고 선발 고르실 때마다 얼마나 힘드시겠나. 당장 선발 아니어도 계속해서 좋은 모습 보여 드리면 기회가 올 거라 본다. 그 때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꼭 올 것 같다.”


-대표팀 막내생활은.

“할 만 하다. 형들이 너무 잘 해준다.”


-막내가 꼭 해야 하는 일이 있나.

“장비 나르고 하는 건 담당 형(스태프)들이 있으니까 안 한다. 버스에서 인원수를 세는 게 내 일이다. 숫자를 하나하나 세야 한다. 틀리면 안 되니 세 번씩 센다. 어제도 전체가 21명이어야 하는데 두 번을 세 봐도 20명인 거다. 알고 보니 나를 빼 먹었다.”


-또래 중에 친한 선수는

“올림픽대표팀 윤일록(경남). 요즘 자주 연락을 못해 미안하다.”


-언젠가 보니 A매치 경기 당일에도 긴장 하지 않고 굉장히 즐기면서 훈련 하더라.

“운동장 나가면 항상 즐기면서 재밌게 하려고 하는 스타일이다. 공을 보면 즐겁고 공 찰 수 있다는 게 행복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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