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율화의 더 팬] ‘퍼펙트 게임’이 힘든 이유

입력 2011-11-18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퍼펙트게임 : [명사]야구에서 한 사람의 투수가 상대팀에게 주자를 한명도 허용하지 아니하고 이긴 경기.’

언뜻 산술적으로 생각해도 퍼펙트게임은 매우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이다. 보통 1군 라인업에 있는 타자들의 평균 출루율이 적어도 3할은 넘는다고 보면, 27차례에 걸쳐 단 한번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고 9이닝을 마친다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게다가 야구가 어디 투수 혼자 잘 한다고 이길 수 있는 경기던가. 퍼펙트라는 기록은 야수들의 도움이 절대적이라 아무리 투수가 최고의 투구를 하더라도 야수가 실책을 범하는 순간 저 멀리 날아가 버린다. 그래서 경기가 퍼펙트에 가까워지면 야수들은 긴장해서 자기 앞으로 타구가 오지 않기를 바라고, 응원팀의 관중은 쿵쾅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숨소리도 크게 내지 못하며, 상대팀의 팬들은 전인미답의 기록에 희생양이 되는 수모를 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제발 단 한명이라도 몸에 맞고라도 나가주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렇다면 해설자와 캐스터는? 퍼펙트라는 단어를 결코 입 밖에 내어서는 안 된다. 입방정으로 대기록을 수포로 돌렸다는 오명을 사지 않으려면 6회 이후에는 퍼펙트의 ‘P’도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

어쩌면 마운드 위의 투수가 싸우는 것은 상대가 갖고 있는 27번의 타격기회가 아니라 자신을 지켜보는 이 모든 시선과 기대인지도 모른다. 기대가 깨지는 순간 쏟아질 탄식에 대한 우려. 칼끝에 서 있는 듯한 긴장감. 언제 야수의 시야를 가려버릴지 모를 조명탑과 자칫 한 순간에 자신에게서 등을 돌려 기록을 망쳐버리고는 짓궂게 웃을지 모를 승리의 여신까지.

1991년의 송진우와 1997년의 정민철, 2007년의 다니엘 리오스, 2011년의 벤자민 주키치는 결국 그 한순간을 넘어서지 못해 대기록의 문턱에서 돌아서야 했다. 그리고 우리의 기억에 남은 것은 기록이 깨지던 순간의 석연치 않은 볼넷 판정, 포수의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 안타를 치고 나가 ‘기록 종결자’로 추앙받는 상대팀의 타자들이다.

하지만 결국 그들이 퍼펙트게임을 달성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불가능에 가까운 기록을 위해 처절하게 싸우던 순간과 그들이 완벽하게 처리한 20명이 넘는 타자들, 그리고 그날 팬들이 느꼈던 흥분과 기대감을 오래도록 기억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누가 뭐래도 그들은 완벽한 기록에 가장 가까이 다가섰던 ‘완벽한’ 투수들이니 말이다.

구율화 여성 열혈 야구팬·변호사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