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위원회는 조광래 감독 경질 이후부터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기자들만 보면 “이제 그만 좀 조지라(‘조지다’는 비판적인 기사를 쓴다는 뜻의 언론계 은어)”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한 번 더 조져야겠다. 중요한 ‘절차’가 또 생략됐기 때문이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21일 브리핑에서 “기술위는 감독을 추천만 할 뿐이다”고 말했다. 맞다. 협회 정관에도 기술위는 대표팀 감독을 추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정확히 알아야 한다. 기술위원장이 추천하는 게 아니라 기술위원회가 추천하는 거다. 황보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기술의원들의 의견을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에 최강희 감독을 추천하며 기술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했을까. 기술위는 13일 첫 모임 후 21일 두 번째로 모인 게 전부다. 황보 위원장에게 물었다. “최 감독 선임을 오늘(21일) 기사를 보고 안 기술위원도 있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기술위가 그 동안 공식적으로 모인 적은 없는데 어떻게 논의를 했나?”

황보 위원장은 “최 감독 선임을 모르는 기술위원은 없었다. 그 동안 모인 적은 없어도 전화로 의견은 나눴다”고 답했다. 사실이 아니다. 몇몇 기술위원을 상대로 취재해보니 최 감독 내정 사실을 몰랐던 위원들이 분명 있었다.

이날 황보 위원장에게 질문을 던지며 필요 이상으로 흥분했던 것 같다. 브리핑 후 “왜 그렇게 흥분했느냐”며 나무라거나 의아해하는 동료 선후배들, 취재원이 있었다. 기자도 얼굴 붉히기 싫다. 다음에는 웃는 얼굴로 황보 위원장과 대화하고 싶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