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투수탐구] 한화 류현진 “1루 견제만 좋아지면 흠잡을 데가 없는데…”

입력 2012-01-06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류현진의 2011시즌은 6년간 가장 부진했던 해였다. 올시즌에는 마운드에서 타자를 압도하는 모습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까. 양상문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류현진이 보완해야 할 점으로 견제 능력 향상과 체중 감량을 제시했다. 스포츠동아DB

입단초 구대성이 전수해 준 ‘싸움의 기술’
곧바로 실전 승부구 활용 괴물은 역시 달랐지


5년간 960.1이닝…대단한 기록이지만

작년엔 126이닝 주춤…피로엔 장사 없거든

1루 견제만 좋아지면 방어율 더 낮아질텐데…
다이어트도 롱런의 조건? 두말하면 잔소리


이번 주에 분석할 선수는 한화의 에이스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투수인 류현진이다. 고졸 선수가 입단 후 5년간(2006∼2010) 총 960.1이닝을 던지며 무려 78승36패, 통산 2.76의 방어율을 기록했다. 경이로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입단 후 첫 2년을 무려 200이닝 이상 투구했다.(2006년 201.2이닝, 2007년 211이닝)

이런 기록은 대단하다고 느끼기 전에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 정도다. 너무 많이 던졌다는 얘기다. 이렇게 화려한 기록 뒤에 온 부진이 2011시즌에 나타났다. 24경기 11승7패 방어율 3.36에 이닝수는 겨우(?) 126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여느 투수의 기록이라면 칭찬받아도 충분하지만 팬들이 생각하는 류현진에 대한 기대는 이보다 훨씬 높다.

2011시즌을 돌이켜보면 입단 후 6년간 최저의 결과이자 가장 저조한 기록으로 시즌을 마감한 것보다도 시즌 중 많이 힘들어하는 모습이 더 안타까웠다. 본인은 힘들여 투구하는 것 같은데 구속은 예전보다 5km 이상 떨어졌다. 변화구의 예리한 맛도 없어진 듯했고, 뜻대로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사실 지금부터 전성기를 향해 가야 하는데 너무 일찍부터 팀의 에이스로서, 국가대표팀의 에이스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었다.

2010시즌의 류현진은 볼넷 1개에 삼진을 4개꼴로 잡아내는 파워 피칭을 했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무려 62% 정도였고, 이닝당 투구수는 15개가 채 되지 않았다. 9이닝당 득점지원은 4.3점 정도였는데 리그 평균이 5점 정도였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퀄리티 스타트(QS) 성공률은 무려 92%나 되고, 선발투수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임무인 평균 투구이닝도 7.2 이닝인 것을 보면 역시 ‘괴물’이란 별명이 잘 어울리는 최고의 투수임이 분명하다.

필자는 롯데 감독 시절 고교선수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직접 경기장을 찾았다. 2005년 7월로 기억하는데 인천 도원구장에서 류현진(당시 동산고)이 던지는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그 때는 지금보다 훨씬 날씬한 몸을 갖고 있었다. 최근 오디션 형태로 신인가수를 뽑는 프로그램에서 간혹 몇 소절 부르지 않은 신인가수를 향해 멘토 그리고 심사위원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고 감탄하거나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마치 2005년 류현진을 처음 봤을 때를 떠오르게 한다. 너무 과한 칭찬일 수 있지만 ‘이렇게 완벽한 고교투수가 있나’ 싶었다.

과거 초고교급 투수라고 불리는 선수가 많았지만 잠깐 던지는 그 날의 류현진을 보면서 팀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점을 빼고는 단 한 가지도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어쩌면 더 큰 재목이라고 여겼다. 그 후로 한국 최고의 투수가 됐고, 어쩌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최고의 한국프로야구 출신 투수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박찬호, 김병현 등은 대학 시절 메이저리그로 직행했고, 일본을 거친 이상훈과 구대성은 국내만큼의 큰 활약을 하지는 못했다) 지난 시즌 약간의 아픔을 경험하고 몸을 추스르는 시간도 가졌기 때문에 이번 시즌이 끝나고 해외 진출을 하지 못하더라도 FA 자격을 얻는 시점에까지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 기량 발전과 행운

어느 분야라도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본인의 능력과 부단한 노력이 시대의 흐름에 맞아야 하고 주위의 도움도 어우러져야 한다. 어린 좌완투수의 빠른 공(우타자 몸쪽으로 파고드는 직구)과 커브는 신인답지 않은 위력이 있었다. 큰 키에서 뿌려대는 각도 있는 직구에 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고, 각도 큰 커브는 타이밍을 흔들어놓기에 알맞은 위력이 있었다. 류현진이 구사할 수 있는 구종 중 상대적으로 위력이 가장 떨어지는 슬라이더도 직구의 위력을 보여준 뒤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타자들을 이겨내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한화에는 송진우와 구대성, 당대 최고의 좌완투수가 2명이나 있었다. 물론 구위는 많이 퇴색돼 있었지만 풍부한 경험과 경기를 풀어나가는 요령, 타자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전수해줄 수 있는 두 선배와 같이 선수 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됐다. 또 중요한 것은 백전노장인 구대성이 친절하게 자신만의 노하우인 공을 잡는 방법, 던지는 방법 등의 중요한 기밀을 후배 류현진에게 전수해줬다는 것이다.

아무리 가르쳐도 배우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선수가 있는 반면 류현진은 어느 날 갑자기 서클체인지업을 던져대기 시작했다. 던질 수 있다는 것은 본인의 의도대로,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소한 프로에 입단할 정도의 투수는 모든 구종을 던지는 방법을 알고는 있으나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한 투구를 하기에는 어려운 구종이 있다.

보통 새로운 구종을 익히고 다듬어 실전에 사용하는 데는 2∼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새로운 구종을 익힌 뒤 마운드에서 던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야 비로소 실전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기술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자신감)이 합쳐져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류현진은 2008시즌에 새로운 구종인 서클체인지업을 던졌다고 기억한다. 그런데도 놀라운 사실은 처음 구사하는 구종이 아니라 벌써 오래 전부터 사용하던 것처럼 자연스러움이 엿보였다는 것이다. 타자들에게 보여만 주는(타자의 타이밍을 빼앗기 위한) 그러한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승부구로 전혀 손색이 없는 위력적인 투구였다.

투수가 던질 수 있는 구종을 패스트볼, 브레이킹볼, 체인지업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누고 있는데 이 세 가지 구종을 거의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이다. 던지는 방법, 공을 쥐는 방법, 쓰이는 근력, 공을 놓는 순간의 미묘한 차이, 손목을 돌리는 각도 등 굉장히 예민한 다른 점들이 있기 때문에 이 세 가지 구종을 모두 완벽하게 구사하기는 정말 힘들다. 보통 두 가지 정도의 구종을 잘 던지는 투수는 많이 있다.

이런 좋은 장점은 결국 완벽한 투구폼 때문이 아닌가 한다. 류현진의 투구폼을 10컷 정도로 나누어서 연구를 해본 적이 있다. 시작과 중간 단계 그리고 마무리 동작까지 투수의 교과서라고 할 정도로 흠잡을 곳이 없었다. 투수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 투구폼의 안정감, 즉 밸런스가 무척 좋다는 것이다. 밸런스가 좋으면 언제나 일정한 투구를 할 수 있고, 이런 점이 체력 소비를 줄여줘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다양한 구종을 무리 없이 던지게 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점이 있다. 이렇게 새로운 구종을 완벽하게 터득하고 치렀던 시즌의 성적이 더 좋지 않았다는 점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2006년 방어율 2.23에 18승6패, 2007년 방어율 2.94에 17승7패, 2008년 방어율 3.31에 14승7패, 2009년 방어율 3.57에 13승12패, 그리고 2010년을 최고의 해로 만들었다(방어율 1.82에 16승 4패).

이런 기록의 결과를 생각하면 차라리 2011시즌이나 올시즌부터 서클체인지업을 던지기 시작했으면 새로운 마운드의 황제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본다. 왜냐하면 직구, 커브, 슬라이더만 가지고도 4∼5년은 버틸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포크볼을 배우지 않은 것은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2011시즌 잠깐 부진했던 것은 그동안의 피로 때문일 것이다. 아직도 잠재돼 있는 능력은 더 끌어낼 수 있다. 역사상 가장 완벽한 기본기를 갖춘, 가장 뛰어난 기량의 좌완투수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한화 류현진은 프로에 입단한뒤 서클체인지업을 배워 실전에서 자유롭게 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국 최고의 투수가 됐다. 스포츠동아DB




● 보완점

던지는 기술은 손댈 곳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고 재차 강조한다. 그러나 류현진에게 부족한 부분이 있다. 좌완투수로서의 견제 동작이 너무도 약하다는 점이다. 해외에 진출하더라도, 국내에서 선수 생활을 지속하더라도 이 점은 꼭 보완해야 한다.
현대야구의 추세는 기동력이다. 빠르지 않은 야구는 앞서나갈 수 없다. 주자를 쉽게 진루시켜주는 것은 확실히 불리하다. 1루 주자를 더 확실하게 묶어두고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좌완투수의 이점을 갖춘다면 방어율이 많이 낮아질 것이다. 그리고 고교 시절보다 프로 입단 후 체중이 갑자기 불어났다는 사실도 본인이 의식해야 할 부분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서서히 체중이 불어나는 것(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불어나기도 한다)은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체중이 갑자기 늘어나면 부작용도 발생한다. 근육의 탄력이 줄어들어 부상의 위험도 생기고, 지구력이 감소되기 때문에 많은 투구를 하면 체력 저하가 분명히 생긴다. 좀 더 많은 시간을 체력훈련에 할애해 최소한 지금 정도는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부터라도 근력을 높이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 근력운동을 소홀히 해 한순간에 힘이 떨어지는 투수도 많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아직 어리고 힘이 남아있을 때 미래를 위해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모쪼록 박찬호 선배의 노하우를 배워서 올시즌 한화의 4강행에 한축을 맡고, 대한민국의 에이스로 오랫동안 활약하기를 기대해본다.


● 한화 류현진?

▲ 생년월일
= 1987년 3월 25일

▲ 출신교 = 인천창영초∼동산중∼동산고

▲ 키·몸무게 = 187cm·98kg(좌투우타)

▲ 프로 입단 = 2006 신인 드래프트 한화 2차 1번(전체 2번) 지명·입단

▲ 2011년 성적 = 24경기 11승 7패 방어율 3.36(126이닝 47자책)

▲ 2012년 연봉 = 4억 3000만원

▲ 국가대표 경력
- 2006도하아시안게임
- 2008베이징올림픽
- 2009월드베이스볼클래식
-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양상문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