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국 사커에세이] 축구선수, 부모품에서 독립이란?

입력 2012-01-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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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라는 뜻의 ‘애정남’이란 개그 프로그램이 인기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삶 자체가 애매한 것들 투성이다. 살면서 맞닥뜨리는 오해나 갈등의 대부분은 이처럼 생각하는 기준이 서로 다른데서 비롯되는 것 같다. 축구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개그맨 최효종에게 이런 질문은 어떨까. 프로축구선수는 부모로부터 언제 독립해야 하나요?

참으로 애매한 얘기다. 비단 축구뿐 아니라 프로선수라면 한번쯤 해봤을 고민일 것이다. 실제로는 경기장 밖에서 맞닥뜨리는 아주 심각한 의문중 하나다. 오늘 이 문제에 대해 애정남이 돼 보려 한다. 편의상 여기서는 남자선수만을 대상으로 하겠다.

우선 여기서 독립이란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고 홀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경제권의 독립을 지칭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선수들을 관리해온 경험에 비춰 보자면 대체로 나이로는 20대 중반, 시기적으로는 결혼을 전후한 시점이 그 해답이다. 물론 저마다 처한 가정환경과 사고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다소간의 편차는 있을 것이다.

이 문제를 둘러싼 갈등의 상당 부분은 여자 친구를 만나면서부터 비롯된다. 부모님 밖에 모르고 살다가 따로 가정을 꾸리는 계획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선수는 비로소 자신만의 삶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 경우 가장 섭섭한 사람은 물론 부모들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커 대디’ ‘사커 맘’이라는 말처럼 자녀가 처음 축구를 시작하면서부터 10년 넘게 운동장을 따라다니는 열성적인 부모가 많다. 다른 스포츠 종목도 매한가지다. 평생을 바쳐온 자식이 어느 순간 여자 친구에게 마음을 뺏기는 것을 지켜보는 부모 마음은 편치 않다. 특히 잘나가는 프로선수를 둔 경우는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는 말처럼, 늘 양보는 부모 몫이다. 부모들이 자식의 경제권을 쥐려고 하는 것은 그들이 잘 먹고 잘 살려는 것이 아니다. 자산관리 경험이 없는 자식이 쓸데없는 돈 낭비를 하지 않고 은퇴 후를 대비하도록 배려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그것 역시 선수가 20대 중반이 되거나 결혼을 하게 되면 본인에게 바통을 넘기는 것이 좋다. 불안한 마음에 자식을 놓지 않으려고 할수록 갈등은 커진다. 그렇다고 선수가 20대 중반, 결혼이라는 조건이 충족됐다고 부모를 나몰라라 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늦게 피는 선수가 있듯이 돈이란 일찍 벌수도 있고, 20대 후반부터 재운이 따를 수도 있다. 각각의 사정에 맞게 지혜로운 선택을 하는 것이 더욱 훌륭한 해답이 됨은 물론이다. 사우디에 진출한 유병수의 경우 3년의 계약기간 동안 첫 1년6개월간 수입은 부모님께, 그 이후부턴 본인 몫으로 저축하기로 했다는데 괜찮은 선택이라고 본다.

간혹 일찍 이성 친구를 만나고부터 자신을 위해 평생을 바친 부모를 외면하는 선수도 적잖이 보아왔다. 프로선수라면 평생을 바쳐 키워준 부모에게 적어도 번듯한 집 한 칸은 마련해주고 자신을 위한 투자에 나서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

(주)지쎈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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