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김원일-‘공익’ 황지수, 포항 우승 꿈꾸는 두 남자

입력 2012-02-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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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출신 김원일(왼쪽)과 공익근무를 마친 황지수가 포항의 정상을 꿈꾸며 손을 맞잡고 의기투합했다. 서귀포|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 “2년 공백 단지 숫자일 뿐” 의기투합

김원일 “말년휴가 죽도록 운동만 했다”
황지수 “공익근무 퇴근후 매일 볼 찼다”


축구는 일반 군대를 다녀와서 선수 생활을 지속하기가 힘들다. 2년 동안 볼 감각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포항 스틸러스에는 이런 특이한 이력을 가진 선수가 둘이나 된다. 해병대 출신 중앙 수비수 김원일(26)과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한 미드필더 황지수(32)다. 두 선수를 포항 전훈지인 서귀포 호텔에서 만났다. 한국 정서상 해병대가 어깨에 힘을 주기 마련이지만 한참 후배인 김원일은 황지수 앞에서 기를 못 폈다. 황지수가 “괜찮으니 편하게 하자”고 다독여주자 분위기가 부드러워 졌다.


● 왜 일반 군대를?

김원일은 2007년 숭실대 2학년을 마치고 해병에 입대했다. 팀에 중앙 수비수가 많아 좀처럼 뛰지 못하자 군대를 택했다. 그는 “집이 김포다. 해병은 김포만 근무하는 줄 알고 지원했다”며 쑥스러워 했다. 김원일은 포항에서 근무했다. 황지수는 2009년 10월 공익근무 소집 통지서를 받았다. 병역시기를 잘 못 조율해 꼼짝 없이 끌려갔다. 눈앞이 캄캄했다. 황지수는 “6주 신병 훈련이 가장 힘들었다. 나 자신을 그냥 내려놨다”고 회상했다. 곧 정신을 차렸다. 2년 후 복귀를 결심하고 3부 리그 격인 챌린저스리그 문을 두드렸다. 경기 동두천 동사무소에서 독거노인들에게 쌀을 배달하며 저녁에는 양주시민축구단에서 볼을 찼다. 황지수는 독했다. 휴가를 거의 안 쓰고 버티며 모아 소집해제를 한 달이나 앞둔 작년 10월 스틸야드로 돌아왔다.


● 못 다 이룬 꿈을 위해

김원일은 해병 근무를 하며 축구를 그만두려 했다. 그런데 한 신문사에서 주최한 군대 내 리그에서 잘 해 토막 기사가 한 번 실렸다. 이를 숭실대 윤성효 감독이 보고 호출했다. 김원일은 말년휴가 9박10일 동안 운동만 했다. 그는 “나처럼 건전한 말년휴가를 보낸 사람은 없을 것이다”며 웃었다. 김원일은 체력을 타고 났다. 해병대에서도 사격이나 총기를 다루는 데 서툴렀지만 행군은 당할 자가 없었다. 전역 후에도 체력은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볼 감각. 새벽, 오전, 오후, 밤으로 이어지는 하루 4차례 운동으로 겨우 되찾았다. 김원일은 복학 뒤 숭실대에 전국대회 우승을 안겼고 2010년 드래프트로 포항 유니폼을 입었다.

황지수도 팀 훈련 합류 후 많이 힘들었다. 2년 간 꾸준히 운동했지만 아무래도 수준 차가 있었다. 그러나 티를 전혀 안 냈다. 그는 “군대 갔다 와서 몸 망가졌다는 소리는 정말 듣기 싫었다”고 했다. 황지수는 최근 팀과 3년 재계약했다. 황지수는 올해 꼭 풀어야 할 한이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다. 2009년 갑작스런 입대로 그해 챔스리그 결승을 못 뛰었다. 팀 우승 소식을 훈련소에서 들었다. 그는 “일단 주전으로 자리 잡는 게 우선이다. 그 뒤 챔스리그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서귀포|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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