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경기조작 일파만파] 情으로 접근…알고도 당한다

입력 2012-02-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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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브로커에 걸려드나?

브로커 대부분 선수들의 지인
의리·정 때문에 쉽게 못 뿌리


프로야구 플레이 조작 시도의 최초 매개는 주로 돈보다 인간관계다.

플레이 조작을 위해 선수들에게 접근하는 인물들은 선수들과 친분관계가 두터운 지인이다. 야구계에서는 프로축구 승부조작의 경우처럼 대개 중·고·대학에서 야구를 함께한 전직 동료들이 많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프로야구의 경우 이들의 접근 목적이 개인의 베팅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전문 브로커 역할을 하기 위해서인지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하지만 만약 전문 브로커라고 하더라도, 매수의 당사자인 선수들은 이를 쉽게 눈치 채지 못한다.

프로축구 승부조작의 경우에도 ‘검은 손’들은 점조직의 형태였다. 브로커조차도 몸통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심지어 아직까지 수사망을 피해간 ‘윗선’이 있을 정도다.

매수 제의를 받은 야구선수들은 순전히 개인적 친분 때문에 부탁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처음에는 구체적으로 돈 얘기가 오고가지 않기도 한다.

프로축구의 경우는 “골을 허용해라, 경기에서 져라” 등의 승부조작이지만, 야구는 “선발로 나갈 때, 첫 번째 상대 타자에게 초구는 볼을 던져달라”는 식의 플레이 조작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죄의식도 덜할 수 있다. 사실 1회 첫 공의 스트라이크 여부는 승패와 크게 관련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수들 역시 경기상황 조작이 잘못된 행위라는 사실은 알지만, ‘의리와 인정’의 끈을 두고 갈등하게 된다. 따라서 단순히 ‘순위경쟁에서 밀려난 하위권 팀 선수나, 돈이 궁한 저액연봉자가 매수 대상이 됐을 것’이라는 가정을 맹신할 수 없다.

승부조작과 연루돼 프로축구에서 영구 제명된 A는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안 된다. 처음에 거절하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다”고 한탄한다. 프로야구 선수들도 귀담아 들을 만한 외침이다. A 역시 처음으로 검은 유혹을 받은 곳은 선수 출신 친구와의 식사자리였다. 이후에야 배후에 조직폭력배가 있음을 알게 됐고, 끊임없는 협박에 시달렸다.

검찰 역시 프로야구에 대한 수사를 착수하면 치밀한 수법으로 암약하는 브로커들의 실체를 먼저 살필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프로축구의 전례에 따라 수사 방향이 설정될 것 같다. 우선 브로커를 먼저 조사해 전반적인 동향을 파악한 후에 선수들은 마지막으로 소환할 것이다”고 예상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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