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 스페셜] 손아섭 “난 2번이 좋은데…”

입력 2012-06-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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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손아섭은 도루, 출루율, 홈런 등에서 고른 능력을 지닌 ‘신개념 퓨전 타자’다. 3일 사직 넥센전에 3번타자로 선발 출장한 손아섭이 6회말 2사 1·2루서 박종윤의 적시타 때 2루서 홈까지 달려들어 어렵사리 홈 플레이트를 터치해 득점을 올리고 있다. 사직|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gtyong11

올 46경기서 4번 9번 빼곤 모두 경험
해결사 능력 갖춘 신개념 찬스메이커
“최적 타순은 2번…타율에 가장 애착”


롯데 손아섭(24)은 3일까지 46경기를 치르는 동안 팀 타자들 가운데 가장 많은 타순을 경험했다. 1∼2번 테이블세터로 11차례 나갔다. 또 3∼5번 클린업트리오로도 13경기에 출장했다. 4번만 빼고 3번을 12차례, 5번을 1차례 맡았다. 하위타순인 7번에도 14차례나 들어섰다. 8번으로 내려간 적도 4차례 있었다. 4번과 9번만 빼놓고 다 경험해봤다.

발이 빠르지만, 도루센스가 아주 뛰어난 것은 아니다. 유별나게 출루율이 좋다고 볼 수도 없다. 손아섭이 ‘배드볼 히터’인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1번에 고정시켜놓기 어렵다. 또 스스로도 인정하듯 홈런타자는 더더욱 아니다. 손아섭의 시즌 최다홈런은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지난해의 15개다. 그렇다고 하위타선도 최적타순은 아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런 능력을 두루 겸비하고 있기에 손아섭은 어느 타순에 배치해도 활용도가 있다는 의미와 연결된다.


○신개념 타자들의 출현

3일 사직 넥센전에 앞서 손아섭은 “원래 고교 다닐 때만 해도 1번을 많이 쳤다. 그런데 프로 와서 몸이 불어나다보니 힘이 좀 붙은 것 같다. 그래도 내가 홈런, 타점을 많이 치는 해결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손아섭은 2일까지 타율 0.315(165타수 52안타) 1홈런 13타점을 기록했다. 분명 해결사 능력을 갖춘 위협적 타자지만, 스스로를 “찬스를 만들어주는 타자”라고 규정한다. 그 본분에 충실하고 싶은 것이 손아섭의 목표다.

그래서 손아섭이 꼽은 최적의 타순은 2번이다. 1번과 3번을 연결해주면서 특유의 콘택트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손아섭은 “내가 가장 애착을 갖는 기록은 타점도, 출루율도 아닌 타율”이라고 말한다.

손아섭은 자기와 비슷한 유형의 타자로 삼성 박한이를 꼽았다. 그러고 보면 3번타자가 타점 올리도록 번트를 대고, 1번타자가 도루하도록 기다려주는 전통적 유형의 2번타자와는 거리가 먼 새로운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현대야구의 진화에 맞춰 손아섭과 같은 ‘신개념’, ‘퓨전형’의 타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거포형 1번타자인 LG 박용택 역시 이 범주에 든다고 볼 수 있다.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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