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亞최종예선 첫승 비하인드스토리

입력 2012-06-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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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 카타르를 상대로 4-1 대승을 거두며 A조 1위에 오른 축구 국가대표팀이 9일 입국해 10일 오후 회복훈련을 가졌다. 파주|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1. 회식 쏘고·이정수 응원…알 사드 화끈한 접대
2. 김신욱 경고누적…최강희의 예견?


3. 요르단, 한국과 공항 대면 ‘화들짝’
4. 비즈니스석 서로 양보 동료애 훈훈



○…후반 초반 조커로 투입돼 분위기 전환과 쐐기 골까지 작렬한 김신욱(울산). 카타르 원정에서 김신욱은 출전을 예감했다. 최강희 감독은 숙소나 훈련장에서 어쩌다 단 둘이 마주칠 때면 “이제 (대표팀에서) 골 넣을 때도 됐지? 재미있게 뛰어봐. 카드만 빼고”라고 했다.

이 약속의 반은 지키지 못했다. 김신욱은 A매치 9경기 만에 첫 골을 신고했지만 옐로카드를 한 장 추가해 경고 누적으로 레바논전(12일)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최 감독은 “계속 카드 주의를 줬건만. 한 대 때려줘야겠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날 휘슬을 분 알리 알 바드와리(UAE) 주심은 2007년에도 핌 베어벡 감독과 홍명보 코치 등을 그라운드에서 퇴장시켰던 ‘악명 높은’ 인물이었으니 김신욱 한 명이 희생자라면 선방했다고 해야 할까?


○…카타르전 직후 태극전사들은 숙소에서 늦은 저녁 식사를 한 뒤 도하국제공항으로 향했다. 한데, 출국장에는 2차전을 치를 레바논 선수단이 도착해 있었다. 레바논은 한국-카타르전보다 3시간 앞서 우즈벡과 홈경기를 치른 상황. 레바논-우즈벡전은 현지시간으로 오후 7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에 시간 변경을 요청했고, 우즈벡이 협조하면서 오후 4시 킥오프로 앞당겼다. 하지만 소득은 없었다. 레바논의 최근 날씨는 섭씨 23도로 쾌적했지만 이날은 폭염이 찾아왔다고(1-1 무승부). 몇 시간 앞당기려다 불필요한 힘만 더 빼고, 분위기가 잔뜩 오른 한국 선수단을 봤으니 낭패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최강희호가 원정길 동안 탑승한 카타르 항공편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비즈니스 좌석의 부족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선수들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원정길에는 비즈니스 좌석을 제공해왔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좋지 못했다. 누군가 일반석에 앉아야했다.

최강희 감독은 주장 이정수에게 모든 결정권을 줬고, 결국 일부가 일반석에 앉았다. 이 과정에서 애틋한 동료애가 나타났다고. 고참은 경기에 뛴 후배들에게, 후배들은 “그래도 형님”을 외치며 좋은 좌석을 서로 양보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최 감독도 출국 때는 일반석을 탔고, 돌아올 때는 최덕주 수석코치 등 코치진이 황보관 기술위원장 등과 일반석에 자리했다.




○…결전이 치러진 도하 알 사드 스타디움. 에어컨 경기장으로 유명한 곳으로 작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전북을 꺾고 우승한 알 사드의 홈구장이다. 주장 이정수도 이곳에 몸담고 있다. 최근 라울 곤잘레스(스페인)를 영입한데 이어 디디에 드록바 영입 작전에도 뛰어든 부유한 구단의 손님대접도 화끈했다.

알 사드는 200만 원에 달했던 태극전사들의 유명식당 양고기 회식비용을 냈고, 이정수가 경기 전날 공식 훈련을 위해 경기장을 찾자 전광판에 ‘이정수의 홈 방문을 환영한다’는 영어 문구를 내보냈다. 경기 당일에도 따스함은 잊지 않았다. 본부석 맞은편 스탠드에는 한글 문구로 작성된 ‘이정수, 당신은 우리의 영웅입니다’란 큰 플래카드를 내걸어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재계약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인 이정수는 “팀이 보여준 정성에 마음이 짠했다”는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전했다.

도하(카타르)|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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