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닷컴]
‘올드 보이’들의 아름다운 분투가 끝났다.
오상은(KDB대우증권)이 35세, 주세혁(삼성생명)이 32세, 유승민(삼성생명) 30세. ‘마지막 올림픽’에 나선 30대 노장 트리오는 9일(한국 시간) 영국 런던 엑셀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탁구 단체전 결승에서 값진 은메달을 고국에 선물했다.
중국 탁구는 해외 도박사들로부터 한국 양궁과 미국 농구보다 더 낮은 배당률을 받을 만큼 가장 확실한 우승자로 꼽힌다. 매 대회 전 종목 석권이 당연하고, 간혹 다른 나라 선수가 우승하면 ‘이변’으로 대서특필된다. 한국 남자 탁구가 단체전에서 중국을 이겨본 것은 1996년 싱가포르 아시아선수권이 마지막이다.

그러나 한국 탁구는 역대 올림픽에서 3번의 이변을 만들어냈다. 세계 탁구계가 ‘그나마 중국을 꺾으려면 한국밖에 없다’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88년 서울올림픽에서 남자 탁구의 유남규(44·남자대표팀 총감독)가 남자 단식에서, 현정화(42·여자대표팀 총감독)-양영자(SBS 해설위원)가 여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는 유승민이 왕 하오(30)를 잡아내며 시상대 맨 윗 자리에 섰다. 당시 김택수(42·KDB대우증권 감독) 대표팀 코치와 나눴던 ‘금빛 포옹’은 아직도 감격적인 장면으로 회자된다.

올림픽 직전 남자 탁구 대표팀은 악재가 겹쳤다. 오상은은 소속팀으로부터 해고를 당해 한 달여를 무적 신세로 지내야했고, 심리적인 타격을 받아 한동안 부진했다. 주세혁은 류마티스성 베제트(만성염증성 혈관질환)에 시달리며 올림픽 출전도 쉽지 않을 만큼 고난을 겪었다. 유승민도 만성적인 어깨부상에 괴롭힘당했다.
하지만 대표팀의 각오는 비장했다. 출국 전 유승민과 오상은은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다음 올림픽은 성적이 되도 나가지 않을 생각이다. 마지막 올림픽인 만큼 절실하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유남규 감독도 “베이징에서는 동메달을 땄다. 반드시 메달 색깔을 바꿔오겠다”라며 필승을 다짐했다.
각오는 성적으로 나타났다. 남자 탁구 대표팀은 올림픽 직전 최선을 다해 단체전 2번 시드를 획득했고, 쉽지 않은 상대 홍콩을 꺾으며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에서 만난 ‘최강’ 중국을 상대로도 선전했다. 유승민과 주세혁이 세계랭킹 1-2위인 장 지커와 마룽을 상대로 매 세트 접전 끝에 1세트씩을 빼앗아내며 중국 코치진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유남규(44) 남자대표팀 총감독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최선을 다한 후배들을 향한 위로의 뜻이 아니었을까. 유 감독과 한국 탁구계를 양분했던 김택수(42) KBS 탁구해설위원도 “우리 선수들은 잘해줬다. 중국 탁구가 너무 강했을 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한국 남자 탁구의 올드보이들은 사상 첫 단체전 은메달을 따내며 ‘마지막 올림픽’에서 감격적인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들의 투혼에 박수를 보낸다.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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