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정부와 손잡고 투자심리 위축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게임 개발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나섰다. 정부의 콘텐츠 산업 육성 기조에 민간의 대형 자본을 결합해 국내 게임 생태계의 구조적 자금 공백을 해소한다는 목표다.

●유망 개발사 단계적 투자
넥슨은 국내 초기 게임 개발사를 대상으로 한 장기 투자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한다고 23일 밝혔다. 앞으로 5년 동안 2500억 원 규모의 재원을 투입해, 씨드(Seed) 단계부터 시리즈A(Series A) 단계에 이르는 유망 게임 개발사에 단계별로 투자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넥슨파트너스’도 설립했다. 넥슨파트너스는 게임 전문 벤처캐피털(VC)인 코나벤처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1200억 원 규모의 전략 펀드인 ‘코나 글로벌 아이피 투자조합’을 출범시켰다. 이 펀드는 문화체육관광부 IP 계정의 모태펀드 600억 원, 넥슨 588억 원, 코나벤처파트너스가 12억 원을 출자했다.

그동안 게임 기업이 주요 출자자로 참여해 투자하는 문화계정 자펀드가 결성된 사례는 있었지만, 1200억 원 규모의 대형 펀드가 조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책자금과 민간 대형 자본이 결합한 ‘민관 협력’ 모델이라는 점과 ‘K-게임’의 초기 아이디어 단계부터 국제 지식재산권(IP)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뒷받침할 투자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성장 사다리 구축
이번 투자의 가장 큰 특징은 ‘오픈 생태계’ 모델이란 점이다. 넥슨은 직접 퍼블리싱하지 않는 IP에도 투자하는 ‘한국 게임 산업 전체를 위한 투자’라는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 코나벤처파트너스가 모태펀드 자금을 활용해 씨드에서 시리즈A 단계까지의 초기 투자를 활성화하고, 이후 넥슨이 약 1300억 원 규모의 자체 자금을 투입해 후속 성장을 견인하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초기 투자부터 후속 투자까지 연계되는 게임산업의 ‘성장 사다리’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투자에는 차세대 성장 동력 확보라는 넥슨의 전략적 판단도 깔려 있다. ‘스마트폰 전환기’에 새로운 게임사들이 대거 등장하며 시장의 판도를 바꾼 것처럼, ‘인공지능(AI) 전환기’ 역시 새로운 혁신 IP가 탄생할 것이란 분석이다.

넥슨파트너스 대표를 겸임하게 된 이정헌 넥슨 일본법인 대표는 “민관 협력을 통해 초기 자금 공백을 해소하고, AI 전환기를 계기로 탄생할 차세대 글로벌 IP를 발굴하는 장기 생태계 투자 프로그램으로 운영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번 민관 합작 투자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경화 문체부 문화산업정책관은 “정책금융으로 콘텐츠 IP 투자 마중물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민간 투자가 이어지는 선순환 콘텐츠 금융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