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부하는 지도자’의 전형
2002년 주장으로 히딩크 감독 밑에서 4강을 함께했던 홍 감독은 몸으로 느끼며 세계 축구를 배웠다. 짧은 시간에 성적을 내기 위해 ‘파워 프로그램’을 실시했던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과학축구의 기본을 습득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땐 코치로 ‘작은 장군’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보좌하며 장시간의 훈련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상의 성적을 내기 위해 상대와 아군을 철저하게 분석해 처방하는 분석축구를 배웠다. 모든 ‘연(緣)’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팀을 구성하는 법도 자연스럽게 익혔다. 홍 감독은 고려대 박사 과정을 밟았고 스포츠심리학자 등을 초청해 강의를 받는 등 지속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
○ ‘카리스마 리더십’ 뛰어넘을 ‘큰형님 리더십’
홍 감독이 보여준 리더십은 한국형을 가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동안 축구 하면 강력한 카리스마의 ‘히딩크 리더십’만이 주목을 받았는데 홍 감독이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며 ‘코리안 스타일’로 히딩크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홍 감독은 선수와의 관계에서 상명하복이 아닌 신뢰를 중요시한다. 감독과 선수가 같은 동료이며 서로 도와주는 동반자 관계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모든 책임은 큰형님 격인 감독이 진다. 홍 감독은 한때 “난 너희들을 위해 등에 칼을 꽂고 다닌다”고 해 관심을 끌었다. 선수들이 다치거나 잘못되면 자신이 죽을 각오를 하고 있다는 의미. 그 대신 선수들은 열심히 뛰기만 하면 된다.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이 ‘살신성인’에 가깝게 헌신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큰형님을 무조건 믿는 끈끈한 신뢰가 선수들을 더 뛰게 만들었다.
사실 홍 감독이 히딩크 감독을 넘으려면 아직 멀었다. 홍 감독을 네덜란드와 한국, 호주, 러시아 등지에서 꾸준하게 성적을 낸 세계적 명장 히딩크 감독에 비유한다는 것도 어찌 보면 ‘침소봉대’다. 하지만 홍 감독은 분명 기존 지도자와는 다른 지도력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올림픽 첫 동메달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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