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용병? 내 구위는 심판 얼굴에 달렸죠”

입력 2012-09-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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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블랙펄스에서 ‘복덩이’로 불리는 호소야 마리코 씨가 프로선수 못지않은 ‘명품’ 러닝 스로를 보여주고 있다. 호소야 씨는 
‘한국사람보다 한국을 더 좋아하는 일본인’이다. 익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서울 블랙펄스에서 ‘복덩이’로 불리는 호소야 마리코 씨가 프로선수 못지않은 ‘명품’ 러닝 스로를 보여주고 있다. 호소야 씨는 ‘한국사람보다 한국을 더 좋아하는 일본인’이다. 익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블랙펄스 ‘실력파 복덩이’ 호소야씨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는 일본인
소프트볼 선수 출신답게 팔방미인 활약

“약점? 투수등판때 구심 잘생겨야 펄펄”

서울 블랙펄스 선수들은 투수와 2루수를 번갈아 보는 일본인 호소야 마리코(38) 씨를 ‘복덩이 마리 언니’로 부른다. 지난해 8월 그녀가 합류한 뒤로 단 한 차례도 전국대회에서 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2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블랙펄스의 ‘복덩이’ 호소야 씨를 22일 전북 익산 국가대표야구전용훈련장에서 만났다.


○남자야구보다 더 어려운 여자야구

현재 서울에서 일본어 강사로 일하고 있는 호소야 씨가 한국에 건너온 때는 2007년. ‘정 많고, 사람 좋은’ 한국이 무작정 좋아서였다. 우리말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그녀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한국에서 죽고 싶어 왔다”다. 언젠가 생을 마감할 때 한국에서 죽고 싶을 정도로 한국을 사랑한다는 뜻.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좋아하는 일본인이다.

중학교 시절 소트프볼 선수로 뛰기도 했던 호소야 씨가 한국에서 야구에 빠져든 것은 친분 있는 남자 선생님들로 구성된 사회인야구팀에 몸담으면서부터다. 그녀는 지금도 ‘더글스’ 등 2개 팀에 소속돼 있다. 물론 두 팀 모두 남자 사회인야구팀. 그녀는 “더글스 등에선 내가 타율도 제일 좋고 출루율도 좋은 편인데, 블랙펄스에선 내가 제일 못한다. 남자야구보다 여자야구가 훨씬 더 어렵다”고 말했다. 블랙펄스 동료들이 자신을 ‘복덩이’로 불러주지만, 그녀는 오히려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얘기했다. 그러면 그녀는 왜 여자야구가 남자야구보다 더 어렵다는 것일까. “남자팀에서 뛸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치고 달리기만 하면 되는데, 여기서는 사인도 외워야 하고, 투수 볼도 훨씬 치기 힘들다.”


○야구와 결혼? 한국인 애인 만나고 싶어요!

호소야 씨는 타석에서 매번 상대 투수에게 90도로 몸을 숙여 인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왜소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날카롭게 방망이를 돌리고, 수비 기본기도 탄탄하다. 블랙펄스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은 우연에 가깝다. 남자들과 경쟁하면서 야구를 더욱 잘 하고 싶어 훈련할 곳을 찾다가 신상민 블랙펄스 총감독이 운영하는 ‘신월 베이스볼클럽’을 찾은 것이 인연이 됐다. 그녀는 종종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는데, 신 총감독은 “묘한 징크스가 있다”고 밝혔다. “구심이 잘 생기면 잘 던지는데, 그렇지 않으면 볼이 들쭉날쭉하다”며 웃었다.



현재 소속된 야구팀만 3개일 정도로 호소야 씨는 그야말로 일 말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야구와 함께한다. 아직 미혼인 그녀는 “주변에서 ‘야구와 결혼했냐’면서 ‘애인이 생기려면 야구부터 그만두라’고 한다. 하지만 난 그만둘 생각이 없다”며 웃은 뒤 “그런데 이젠 남자친구도 있었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 소개시켜달라”며 웃었다.



익산|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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