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고대 출신·프로서도 영원한 맞수
포항 황선홍감독과 맏형 리더십 3파전
안익수·윤성효·김인완, 친정 더비 관심
내년 시즌 K리그(1부 리그) 14개 감독의 인선이 완료됐다. 경남FC는 24일 최진한 감독의 1년 유임을 공식 발표했다. 구단주인 홍준표 경남 도지사는 2012시즌 팀을 FA컵 준우승과 도시민구단 중 유일하게 그룹A(1∼8위)에 올려놓은 최 감독의 공로를 인정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새롭게 형성된 사령탑들의 ‘신(新) 인맥도’다. 2013년 K리그는 더욱 풍성한 스토리가 기대된다.
○서정원-최용수, 뼛속까지 라이벌
FC서울과 수원삼성의 슈퍼매치는 더 활활 타오를 전망이다. 수원이 서정원 수석코치를 신임감독으로 낙점하면서 완벽한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다.
두 감독은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 출신이다. 득점감각이 뛰어난 최 감독은 최전방, 발이 빠른 서 감독은 측면 날개로 A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대표팀 생활을 제외하면 둘은 ‘뼛속까지 라이벌’이다. 출신교부터 영원한 맞수다. 서 감독은 고려대 88학번, 최 감독은 연세대 90학번이다. 둘 다 LG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서 감독은 프랑스 진출 후 1999년 국내에 복귀하면서 친정 팀 서울이 아닌 수원을 택했다. 충격파는 컸다. 서울은 이적료 반환 소송을 내고 서울 팬들은 서 감독의 유니폼을 불태우는 화형식을 열 정도였다.
서 감독은 수원, 최 감독은 서울의 ‘대표 레전드’다. 서 감독은 1999년부터 2004년 은퇴 때까지 수원에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최 감독은 일본 J리그 시절을 제외하고 줄곧 서울 한 팀에서만 뛰며 1994년 신인상, 2000년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았다.
지도자 경력은 후배인 최 감독이 오히려 앞선다. 최 감독은 정식감독 부임 첫 해인 2012년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최 감독은 한 팀에서 선수-코치-감독으로 모두 정상에 서는 ‘원 클럽 맨 우승’, 신인상-MVP에 이어 감독상까지 거머쥐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모두 K리그 최초다. 두 감독이 사령탑으로 첫 맞대결을 펼칠 내년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 감독은 “작년 윤성효 감독님이 수원에 계실 때는 고교-대학 선배님이라 할 말을 다 못했는데 이제는 기대해도 좋다”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맏형 리더십 대결 유효
최근 몇 년 동안 K리그의 대세로 자리 잡은 40대 초반 스타플레이어 출신 사령탑의 ‘맏형 리더십’ 대결은 내년에도 유효하다.
성남일화 신태용 감독이 물러났지만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 수원 서정원, 서울 최용수 감독은 또 한 번 자존심 싸움을 앞두고 있다. 3팀 모두 우승후보로 꼽힐만한 전력이어서 혈전이 예고된다. 수원 서정원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포항의 황선홍, 서울의 최용수 감독에게는 꼭 이기고 싶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친정 더비
올 겨울 유독 감독 이동이 많았던 탓에 친정팀과 대결도 흥미로운 구도다.
성남 안익수 감독과 부산의 대결, 부산 윤성효 감독과 수원의 만남, 대전 김인완 감독이 부산을 상대할 때 ‘친정 더비’가 펼쳐진다. 부산 팬들은 계약기간을 2년이나 남겨 놓고 팀을 떠난 안 감독이 부산에 올 때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수원 팬들에게 많은 실망감을 안겨줬던 윤성효 감독이 부산에서 어떤 지도력을 발휘할지 관심이다.
○숨은 인맥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경남 최진한 감독과 부산 윤성효 감독도 속을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사이다. 경남과 부산 모두 우승후보는 아니다. 두 팀은 내년에도 그룹A 잔류를 놓고 치열한 중위권 다툼을 벌어야 하는 처지라 승부 앞에 우정은 잠시 접어둬야 할 것 같다.
감독과 코치들의 인연도 눈길을 끈다.
서울 박태하 수석코치는 부산 윤성효 감독과 친하다. 선수시절 포항에서 함께 뛸 때 방장과 방졸로 인연을 맺었다. 둘 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정해진 시간에 운동하고 밤만 되면 불 끄고 자는 모범생 스타일이라 마음이 잘 맞았다. 박 수석코치는 윤 감독이 라이벌인 수원 사령탑에 있을 때는 주변 분위기 때문에 오히려 연락을 자제했었지만 이제는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안부를 물을 수 있게 됐다.
대전 김인완 감독은 동기생인 성남 박남열 코치, 전남 노상래 수석코치와 가깝다. 셋 모두 선수시절부터 근성이 뛰어나고 성실해 마음이 잘 맞았다고 한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