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국 사커에세이] 중동의 오일머니가 탐나는가? 가장 빠른 루트? ACL 눈도장

입력 2013-03-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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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아시아대륙이 챔피언스리그의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결승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유럽챔피언스리그(UCL)는 그 인기에 있어 4년마다 열리는 국가대항전인 유럽선수권을 이미 앞지르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의 부상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전북현대가 우승을 거머쥔 2006년까지만 해도 ACL은 국내리그 우승가도에 방해가 되는 성가신 존재로 여겨졌다.

이처럼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던 ACL에 아시아클럽들이 군침을 삼키기 시작한 건 포항이 우승컵을 안은 2009년부터다. 32개팀이 조별리그를 거쳐 녹다운 시스템으로 올라가는 UCL 방식을 도입해 흥행요소를 가미하고, 상금규모도 300만 달러에서 1,200만 달러로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우승상금 150만 달러는 아직 UCL(900만 유로, 약 128억원)의 8분의 1에 불과하지만 아시아클럽에겐 무시할 수 없는 액수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선수 개개인에게 ACL이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 정작 선수들에게 중요한 것은 ACL에서의 활약이 곧 일확천금을 벌어들일 수 있는 루트와 직결된다는 사실일 것이다. UCL에서의 활약이 빅리그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지듯 ACL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오일머니가 기다리는 중동진출 길이 열리는 것이다.

언젠가 유럽의 빅리그 클럽들이 선수 몸값을 산정하는 기준을 소개한 적이 있다. 월드컵을 통해 빅리그에 진출하는 선수들이 가장 좋은 대우를 받고, 그 다음이 박지성, 이영표처럼 유럽챔피언스리그를 통해 빅리그로 가는 것, 세번째가 국가대표 경기와 국내리그의 활약으로 진출하는 경우다.

그럼 중동 클럽들은 어떤 기준으로 아시아선수, 즉 아시아쿼터에 쓸 선수를 눈여겨볼까. 몸값을 기준으로 한다면 월드컵과 같은 국가대항전이 첫째, 그 다음이 ACL, 마지막이 국내리그에서의 활약이다. 그러나 내 경험으로 볼 때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이 ACL 이다. 카타르, UAE,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국가들은 축구미디어가 아주 발달돼 있다. 그만큼 선수들에 대한 정보가 빠르고 정확하다. 다른 나라 리그는 보지 않아도 ACL은 꼭 챙겨본다. 상대적으로 국가대항전에 대한 관심은 낮다. 그들과 별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대표 경력은 몸값을 산정하는데 대단히 중요하다. 현역 국가대표인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구체적으로 연봉을 예로 들면 현역 국가대표 100만 달러 이상, ACL 활약 선수 80만∼150만 달러, 국내리그 활약 선수 30만∼60만 달러 정도로 보면 된다. 공격수나 중앙수비수는 좀 더 비싸다. 여기에 대표 경력이 있으면 플러스알파. ACL은 적어도 8강이 커트라인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조별리그에서 아무리 잘해도 팀이 탈락하면 그만이다. 따라서 중동 진출을 꿈꾸는 선수라면 ACL 출전이 가능한 팀으로 가는 게 지름길이다.

(주)지쎈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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