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라돈치치(왼쪽)가 K리그 클래식 서울과 홈경기에서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린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유니폼 상의를
들어올리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라이벌전’ 심기일전 부활골로 화답
라돈치치는 수원삼성의 ‘미운 오리’였다. 공격 포인트는 꾸준히 올렸지만 이타적이지 못한 플레이로 자주 도마에 올랐다. 그래서 정대세가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된 후 기존 용병 콤비 라돈치치-스테보의 거취에 관심이 쏠렸다. 구단 차원에서 둘 중 하나를 버릴 수 있다는 예상이 주를 이뤘고, 실제 이적시킬 팀을 물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곡절 끝에 잔류했지만 여전히 골칫거리였다.
정대세-조동건-스테보-라돈치치까지 수원의 공격진은 포화상태였다. 고민 끝에 내린 수원의 1차 선택은 정대세-조동건, 2차 선택은 정대세-스테보였다. 라돈치치는 주로 벤치를 지키다 교체투입 됐다.
서울과 올해 첫 슈퍼매치 때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역시 후보였다. 단 변화는 분명 있었다. 경기에 임하는 라돈치치의 마음가짐이었다. 수원 코치진과 라돈치치는 허심탄회한 대화를 했다. 팀 훈련 때 성의 없이 임하자 서정원 감독과 이병근 수석코치는 “훈련을 대충 하면 실전에 제외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라돈치치도 속에 담았던 이야기를 했다. “한국 땅을 밟은 뒤 거의 선발로 출전했다. 이렇게 오래 후보 생활을 한 적이 없다. 교체 투입되면 경기 템포와 흐름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
이렇듯 허물없이 서로의 견해를 나누자 라돈치치가 살아났다. 수원 공격진 중 유일하게 골 소식이 없던 라돈치치가 가장 절박한 순간, 최고의 장면을 연출했다. 패색이 짙던 종료 직전 짜릿한 동점 헤딩골을 넣었다. 골 세리머니를 하는 대신 한바탕 크게 포효한 라돈치치는 “골을 배달한 스테보가 고맙다. 부담도 덜었다. 이기지 못해 아쉽지만 10명이 뛰며 만족할 만한 결과를 냈다”고 활짝 웃었다.
수원|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