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인사이드] 무서운 어깨들…ML 달구는 꼴찌 반란

입력 2013-05-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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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제프 로크는 4월에 3승을 거두며 팀의 돌풍에 앞장섰다. 로크는 26세의 영건으로 지난달 8일 LA 다저스 류현진과의 선발 맞대결에서 패했지만 이후 3연승을 내달렸다. 사진출처|MLB닷컴

■ 캔자스시티·피츠버그 이유있는 반전

꼴찌 후보 캔자스시티 15승10패 지구 1위
30년전 영광재현…스토브리그 통큰 투자
산타나·거스리 등 탄탄한 선발+불펜 구축

피츠버그도 AJ 버넷 등 주축 선발진 안정
팀피안타율 NL 2위…최근 22경기서 15승


‘잃어버린 30년을 찾아서….’

2013시즌 메이저리그가 개막한지도 한 달여가 지났다. 시즌 전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초반부터 많은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2억2000만달러로 최고 연봉팀이 된 LA 다저스는 5할 승률을 오락가락하고 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5개 팀 중 고작 4위다. 다저스의 지역 라이벌 LA 에인절스도 막대한 투자 덕에 우승 후보 중 한 팀으로 꼽혔지만, 2일(한국시간)까지 10승17패(승률 0.370)로 아메리칸리그 15개 팀 가운데 13위에 그치고 있다. 반면 각 리그 중부지구에선 만년 하위팀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내셔널리그(NL)에선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아메리칸리그(AL)에선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NL의 피츠버그는 16승12패(승률 0.571)로 지구 2위, AL의 캔자스시티는 15승10패(승률 0.600)로 지구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미네소타 트윈스와 지구 꼴찌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던 로열스의 돌풍은 매우 거세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AL 와일드카드도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AL 중부지구 만년 꼴찌 후보 로열스

지난달 29일 카프먼스타디움. 로열스는 최근 수년간 꼴찌 라이벌 관계를 이뤄온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대결해 9-0 완봉승을 거뒀다. 이날 선발로 나선 제레미 거스리는 6.2이닝 6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해 승리를 따냈다. 시즌 3승무패. 지난해 8월 9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원정경기부터 시작해 이날 인디언스전까지 최근 선발로 나선 16경기에서 무패 기록을 이어갔다. 이 기간 거스리는 7승에 방어율 2.44를 기록했다. 로열스도 거스리가 출격한 16경기에서 14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는데, 이는 만년 약체 로열스가 변하고 있다는 신호탄이다.

1969년 메이저리그에 합류한 로열스는 1980년대 중반까지 2차례(1980·1985년)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등 AL의 강자로 군림했다. 특히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70번 프리웨이 시리즈’가 열린 1985년 월드시리즈에선 1승3패의 열세를 뒤집고 팀 역사상 첫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을 누렸다.

그러나 이후 스몰마켓 팀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1993년 유잉 카프먼 구단주가 사망하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마지막으로 5할 승률을 넘겼던 1994년 로열스의 연봉 총액은 4050만달러로 전체 4위였지만, 불과 2년 뒤에는 1850만달러로 살림살이를 줄여 꼴찌에서 2번째로 내려앉았다. 케빈 에이피어, 저메인 다이, 조니 데이먼 등 스타급 선수들을 울며 겨자 먹기로 다른 팀에 넘긴 1999년의 연봉 총액은 1650만달러까지 내려갔고, 64승97패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2000년대 들어 로열스의 추락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2002년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100패(62패)를 당한 뒤 2003년 토니 페냐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83승79패로 선전했지만 바로 다음해 104패(58승)로 구단 기록을 갈아 치웠다. 시즌 도중 불과 일주일 사이에 베테랑 구원투수 커티스 레즈카닉을 방출하고, 구원투수 제이슨 그림슬리와 외야수 카를로스 벨트란을 트레이드시킨 후유증 때문이었다. 투수 잭 그레인키와 중견수 다비드 데헤수스 등 유망주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2005년에도 56승106패에 그쳐 또 다시 구단 최악의 승률 기록을 수립했다. 2006년에도 100패를 채운 로열스는 메이저리그에서 11번째로 3년 연속 100패를 당하는 치욕을 맛봤다.


○스토브리그 뜨겁게 달군 로열스의 대변신

지난 시즌에도 72승90패를 기록한 로열스는 스토브리그에서 돌연 분주한 움직임을 보여 팬들을 놀라게 했다. 허약한 투수진 보강을 위해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제임스 실즈와 웨이드 데이비스를 영입하는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이다. ‘30년 전 영화를 재현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로열스는 실즈, 데이비스 외에 에르빈 산타나, 거스리로 이어지는 경쟁력 있는 선발진을 구축했다. LA 에인절스 시절 천덕꾸러기였던 산타나가 3승1패(방어율 2.00)로 순항하는 등 4명의 선발진이 4월에만 9승을 합작했다. 불펜진도 탄탄해졌다. 브루스 천과 애런 크로가 아직 자책점이 없고, 루크 호체바가 1점대 방어율을 보이며 기대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마무리 그렉 홀랜드는 10이닝 동안 무려 18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7세이브를 따냈다. 시즌 첫 24경기에서 로열스의 실점은 90점으로 경기당 평균 3.75점에 불과하다. 팀 방어율은 3.49로 AL 3위에 랭크돼 있다. 로열스가 쉽게 무너지지 않고 당분간 상승세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는 근거는 바로 탄탄해진 투수력 덕분이다.


○류현진의 ML 첫 승 제물 피츠버그의 상승세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첫 승 제물이었던 파이어리츠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8일 류현진이 선발로 나선 다저스에게 2-6으로 패하며 3연전을 모두 내줬을 당시 파이어리츠는 1승5패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AJ 버넷, 완디 로드리게스, 제프 로크 등을 주축으로 선발투수진이 안정되면서 다저스와의 시즌 첫 3연전을 마친 뒤로 2일 밀워키 브루어스전 6-4 승리까지 포함해 최근 22경기에선 15승이나 거뒀다. 특히 류현진과의 맞대결에서 6이닝 4실점으로 패전을 당했던 로크는 최근 2경기에서 13연속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3승1패, 방어율 2.83을 기록하고 있다. 파이어리츠는 팀 피안타율에서 0.233으로 NL 2위를 달리고 있다. 다만 피츠버그는 볼넷이 111개로 NL에서 가장 많아 팀 방어율 또한 3.87로 NL 9위에 그치고 있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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