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격의 간판 진종오(kt)가 29일 창원종합사격장에서 열린 2014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 2일째 공기권총 남자 일반부 개인전 결선에서 과녁을 정조준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사격연맹
바뀐 룰에서도 안정적…“운이 좋았다” 겸손
경기규칙이 바뀌어도 ‘권총황제’의 총구는 흔들림이 없다. ‘역전의 명수’ 진종오(35·kt)가 또 한번 뒷심을 발휘했다. 진종오는 29일 창원종합사격장에서 열린 2014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 공기권총 남자일반 개인·단체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권총 50m에서 2관왕에 오른 데 이어 대회 4관왕으로 우뚝 섰다.
● 제로베이스 결선과 서바이벌 방식
국제사격연맹(ISSF)은 지난해부터 경기규칙을 개정했다. 종전에는 본선 점수를 안고 결선에 임했지만, 이제 본선 점수는 결선 진출의 자격을 부여할 뿐이다. 공기권총과 50m 권총의 경우 8명의 결선 진출 선수들은 제로베이스에서 20발을 쏜다. 이변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바이벌 제도를 도입해 박진감도 더했다. 결선 20발 중 8발·10발·12발·14발·16발·18발을 쏜 뒤 각각 8·7·6·5·4·3위를 탈락시킨다. 최후의 두 발에선 우승을 다투는 두 선수만 사대에 선다. 대한사격연맹 이은철(1992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사는 “바뀐 룰에선 진종오가 불리할 것으로 봤다”고 했다. 본선에서 점수를 벌린 채로 결선에 임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 이변 많은 룰에도 흔들림 없는 ‘권총황제’
진종오는 29일 결선 17번째 발까지 170.3점으로 3위에 머물렀다. 1위 이대명(173.2점), 2위 박지수(서산시청·172.3점)와의 격차를 고려할 때 우승은 멀어져가고 있었다. 그러나 박지수가 18번째 발(8.0점), 이대명이 19번째 발(7.9점)에서 실수하는 사이, 진종오는 10.3점과 10.4점을 쏘며 역전에 성공했다. 결국 20번째 발에서도 안정적으로 10.2점을 기록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kt사격단 차영철(1988서울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감독은 “마치 진종오를 위해 룰이 바뀐 것 같다. 순간 집중력이 뛰어나고, 실수가 적은 진종오의 장점이 한껏 발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은철 이사는 “진종오와 사대에 나란히 서는 것만으로도 다른 선수들은 부담감을 느낀다. 그래서 상대의 실수가 나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진종오는 “이전 발의 결과를 빨리 털어내려고 노력할 뿐이다. 오늘은 운이 좋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창원|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