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강정호가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첫 공식훈련에서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대표팀 사령탑인 류중일 감독은 대표팀 소집 전부터 강정호의 몸 상태에 대해 걱정해왔다. 8월 30일 대구 삼성전에서 오른손 엄지를 다친 뒤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름 이상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타격감과 실전감각이 무뎌지지나 않았을지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강정호는 올 시즌 최고의 해를 장식해왔다. 부상 전까지 107경기에 출장해 타율 0.360, 38홈런, 107타점을 기록했다. 역대 유격수 최초로 40홈런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무엇보다 0.756의 장타율은 놀랍기만 하다. 1982년 백인천이 기록한 0.740의 장타율은 삼성 이승엽(1999년 0.733)도, 현대 시절 심정수(2003년 0.720)도 넘지 못한 벽. 그런데 수비가 강조되는 유격수로서 그는 새 역사를 쓰려고 한다.
류 감독은 대표팀 훈련이 처음 시작된 16일 잠실구장에서 강정호를 가장 예의주시했다. 가볍게 티배팅을 한 뒤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그를 붙잡고 배팅장갑을 벗긴 후 정확한 부상 부위와 상태를 직접 체크할 정도였다. 그동안 타격훈련을 자제해온 강정호는 류 감독에게 “괜찮을 것 같다. 테이핑을 한 뒤에 쳐 보겠다”고 말한 뒤 배팅케이지에서 타격훈련을 했다.
류 감독은 훈련 후 대표팀 운영 방안에 대해 대략적인 밑그림을 설명하면서도 “문제는 강정호 선수다”는 말을 수차례 되풀이했다. 류 감독은 “강정호는 5번이나 6번 정도에서 쳐줘야한다. 점점 좋아지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부상 부위를 확인했더니 침 맞은 흔적도 있더라. 강정호 몸 상태가 가장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만약 강정호가 안 될 경우를 대비해 플랜B를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류 감독은 “김상수 선수가 있으니까”라고 대답을 하다 “(강정호가)된다고 봐야한다”고 강한 믿음을 나타냈다. 한마디로 강정호 없는 대표팀 라인업은 상상하기도 싫고, 하지도 않겠다는 태도였다.
강정호는 과연 아시안게임에 나설 수 있을까. 정작 당사자인 그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해봐야 알 것 같다”면서도 “아마 괜찮을 것 같다.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때도 손가락이 좋지 않았는데 그때보다 오히려 상태가 좋은 편”이라며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다. 그러면서 책임감을 드러냈다. 그는 “2010년 광저우 때는 나이도 어렸고, 시작하는 단계였고, 배우는 단계였다. 형들이 해줄 거란 믿음으로 경기를 했기 때문에 편했다. 이제는 선배들에게 받은 선물을 내가 후배들에게 해줘야겠다”고 말했다. 4년 전 선배들의 도움 속에 금메달을 따내면서 받은 병역혜택을 이번엔 자신이 후배들에게도 선물해주고 싶다는 뜻이었다.
이제는 대표팀에서도 중간급. 그는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어차피 이길 거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강한 어조 속에는 금메달 획득에 대한 자신감이 듬뿍 묻어났다.
잠실|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