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김용희 감독 “넓어진 SK 울타리…그 안에서 마음껏 야구 하라”

입력 2015-01-08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SK 김용희 감독은 감독의 제1조건으로 ‘소통’을 꼽았다. 김 감독은 “통하면 아프지 아니하고, 통하지 않으면 반드시 아프다”는 말로 소통을 강조하고 “지금 SK에 필요한 것은 소통”이라고 말했다. 문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프로야구 10구단 시대, 감독들에게 듣는다

3. SK 김용희 감독을 만나다

2015시즌 프로야구는 벌써부터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10개 구단 시대. 프로야구 산업 전체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감독들도 대거 새 얼굴이 등장했다. 스포츠동아는 새해 새 출발선에 선 프로야구 각 구단 감독을 만나 팬들이 궁금해할만한 얘기들을 속속들이 물어보는 코너 ‘프로야구 10구단 시대, 감독들에게 듣는다’를 마련했다.


39세 첫 감독…의욕만 앞서고 내 야구 못해
텍사스서 마이너리그부터 야구저변에 눈떠
삼성에서 느낀 건 ‘이겨야 죽지 않는다는 것’

리더의 기본은 소통…선수들 신뢰 얻어야죠
책임감·부담감 크지만 길게 보고 시스템 완성
울타리 밖으로 뛰쳐나가는 선수는 용납 못해

SK 와이번스는 창단 이후 강병철∼조범현 감독 재임 때 팀의 기초와 토대를 다졌다. 이어 등장한 김성근∼이만수 감독 시절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이 가운데 3차례의 우승이라는 융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막판 2년은 단기간 이룩한 고도성장의 후유증을 앓았다. 그리고 2015년, SK는 제3기의 막을 열며 김용희 감독(60)에게 키를 맡겼다.

제3기의 키워드는 ‘시스템 야구’, 즉 특정인물에 의존하지 않는 인프라 구축인데 김 감독을 그 적임자로 낙점한 것이다. SK는 과연 무엇을 보고 김 감독을 선택한 것일까. 그런 의문에 답을 얻기 위해 5일 문학구장에서 김 감독을 만났다.


● 텍사스에서 한국야구의 길을 찾다


-2000년 삼성 감독을 끝으로 15년만의 1군 감독 복귀입니다.

“그 시절에 비해 많이 달라졌죠. 야구장, 언론, 구단, 팬들이 느끼는 것 등 모든 것이 과거와 비교가 안돼요. 나 역시 젊은 시절에는 겁 없이 덤볐다면 이제는 체계가 잡혀가는 것 같아요.”


-1994년, 39세 나이에 롯데 감독이 되셨지요.

“지도자 경험은 코치 밖에 없었으니 경험이 부족했어요. 경험이 없다보니 의욕만 앞섰고 육성 인프라는 내 생각만큼 안돼 있다보니 감독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작았어요.”


-그럼에도 어떻게 그리 빨리 감독이 됐나요?

“미국에서 공부를 꼭 하고 싶었어요. 1992년 롯데 우승 당시 타격코치였는데 구단이 잡았는데도 미국으로 갔어요. 일이 꼬이면서 자비로 텍사스로 연수를 갔어요. 1년 있다가 왔는데 롯데에서 감독 얘기가 나와요. ‘나는 못한다, 다른 사람을 추천하겠다’ 했는데 신준호 당시 구단주가 ‘다른 방법 없다. 무조건 해라. 다 도와준다’고 두 차례나 권해서 그래서 시작했어요.”


-텍사스 연수가 야구인생에 영향을 미쳤습니까?

“왜 이렇게 야구를 해야 되나, 어떻게 연습해야 효율적인가, 그런 부분에 대해 확인하는 시간이었어요. AFKN으로나 보던 메이저리그를 눈으로 직접 보고 체험했는데 아무 정보도 없이 시작하려니 막막했죠. 마이너리그는 3월부터 시작하는데 스프링캠프 시작도 몰라서 1월부터 가 있었어요.(웃음) 다녀오고 머리가 깼어요. 보는 것만 해도 시야가 넓어진다고 확신합니다.”


-일본야구보다 미국야구를 동경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에 가서 보니 일본에서 해결할 수 없는 그런 것이 보였어요. 일본야구 말고 다른 야구가 있을 거다 했는데 거기서 답을 찾았어요. 앞으로 한국야구가 발전하려면 이런 야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SK 김용희 감독은 막힘없는 이론가다. 그의 이론은 끊임없는 학구열에서 나온다. 문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롯데, 삼성 감독 시절의 아픔을 통해 얻은 것


-롯데 감독 2년차인 1995년, 한국시리즈까지 나갔습니다.

“그 시리즈를 통해 공부 많이 해야겠다고 느꼈어요. 비록 놓쳤지만 배운 것이 많아요.”


-3승2패로 앞서다 1승을 남겨두고 뺏겼는데요, 왜 졌을까요?

“지략적인 면이 모자랐죠. 김인식 감독(당시 OB)이 상대였는데 여러 경우의 수나 경험 이런 데서 나는 (우승까지) 시간이 더 필요했던 거였어요.”


-후회는 없나요?

“지금이라면 다르게 할 수 있었겠지만 그 당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니까 후회는 없어요. 복기는 많이 했어요. 승부하는 사람들에게 털어버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에요.”


-삼성(2000년)에서도 참 힘든 환경에서 감독을 하셨지요?

“감독하며 힘 안 드는 데가 어디 있어요?(웃음) 삼성이란 조직이 우승에 목말라 있었으니까요. (당시 삼성 프런트가 김 감독을 힘들게 한 점에 관해) 그 부분은 건너뛰는 것이 낫겠네요.”


-삼성에서 얻은 점이 있다면요?

“전쟁을 하는 사람은 죽으면 안 된다. 안 죽으려면 이겨야 된다는 것.”


-삼성 감독에서 내려오고 야인생활이 길었습니다.

“수시로 외국을 다녀왔어요. 미국에서도 있었고, 롯데 2군 감독도 했고. 많이 보려고 노력했고 공부했어요.”


-1군 감독으로 또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 생각했나요?

“그런 목적을 떠나 야구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공부했어요.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 야구인데 1군 감독이 돼든 안 되든 게으르게 생활하면 안 되겠다 했어요. 최종 목표는 여기(1군 감독)가 아니에요. 오래 하면 좋겠지만, 나이 들어 그만두면 무보수로 중학교 감독을 하고 싶어요.”


-왜요?

“내가 아는 지식들을 사회에 주고 싶어요. 고등학교부터는 머리가 아파요. 진학시키는 능력은 나한테 없어요.(웃음)”


● 리더의 필수덕목은 소통 의지


-겪어보니 감독의 조건은 무엇이던가요?

“소통이 제일 중요해요. 1993년 롯데 감독 되고 처음 했던 말이 ‘본초강목’ 혈행편에 나오는 말이었는데 ‘통하면 반드시 아프지 아니하고, 통하지 않으면 반드시 아프다.’ 신통하게도 지금 우리 SK에 가장 큰 것이 무엇이냐 하면 소통이거든요. 야구단뿐 아니라 사회생활 모든 면에서 그래요.”


-소통의 시대에 리더의 소통능력은 더욱 중요할 것 같은데요.

“소통방식은 같아요. 꼭 말을 많이 해야 소통이 되는 건 아니에요. 리더일수록 기본은 많이 듣는 것, 거짓 없이 얘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른 것 없어요. 진심으로 말하면 지금 당장은 기분 나빠도 시간 지나면 다 이해가 돼요.”


-원래부터 배려하고 경청하는 성품인가요?

“그런 게 좀 있는 거 같아요. ‘같은 조건이면 내가 손해를 봐야 된다.’ 어릴 때부터 그런 면이 있어요.”


-감독은 어떤 자리입니까?

“공부하고 소통하는 자리죠.”


-그러면 따라옵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원과 신뢰가 있어야 돼요. 그것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능력을 가져도 가슴에 닿지 않아요. 그러면 죽은 거예요. 모자라도 신뢰가 있다면 상대가 알아서 들어요. 그것이 소통이에요.”


● SK 감독 김용희의 꿈, ‘짧게는 성적 길게는 시스템’


-SK에서 육성총괄로 프런트도 해봤습니다.

“프로야구 원년 멤버라 프런트 일은 어느 정도 안다고 했는데 해보니까 겉으로만 안 것이더라고요.”


-SK와 인연이 없었는데 왔습니다.

“2011년 SK구단의 부름을 받고 SK로 왔죠. 부산에서 제일 먼데로 올라왔네요.(웃음)”


-2011년부터 2014년까지 2군감독과 육성총괄을 맡으며 SK의 팜 시스템(선수육성시스템)을 관할했는데요.

“SK는 계속 시스템을 (시대에 맞춰)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것이 보였어요. 사실 SK가 2007년부터 6년간 계속 성적을 내다보니 여러 문제가 있었는데 좋은 성적에 묻혀간 점이 있었거든요. 그런 것이 최근 2년 연속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에요. 구단이 그것을 과감하게 바꾸어 가려고 하는 자세가 신선하고 좋았어요.”


-SK 그룹에서 감독을 맡아달라고 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책임감, 부담감은 사실 있었습니다. 감독도 젊어지는 추세인데 이 나이에 3번째로 팀을 맡는다는 것은 큰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성적을 내고 싶고, 또 하나는 SK를 좋은 팀으로 만들어서 사상누각이 아니라 정말 오래갈 저변을 만드는 작업을 같이 해야 되겠죠.”


-감독님을 두고, 경기감각에 대한 우려가 많이 들립니다.

“분명히 그런 우려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그래도 1군에 없었을 뿐 현장에는 계속 있었어요. 감각 찾는데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또 적극적으로 구단에서 도와주니까 그때보다 훨씬 즐겁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시스템 야구가 키워드 같은데 SK가 그 목표를 수행할 역량이 되나요? 지난해에도 그 시스템에서 백업이 안 됐던 것이 실패원인일 텐데요.

“부상 방지는 당연하고, 144경기를 할 수 있는 체력과 기술, 멘탈 준비를 해야죠.”


-임기가 2년인데 할 일이 많겠습니다.

“첫째 성적을 내고 올바른 팀을 만드는 것. 둘째 오래 갈 수 있는 팀이 될만한 저변을 만드는 것. 그 2개에 집중할 겁니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갖춰도 성적이 안 나면 힘들겠지요.”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100마리 양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울타리 안에 100마리 양이 있었는데 1마리가 우리 바깥으로 달아났어요. 몇 마리가 우리에 남아있을까요? 99마리? 아닙니다. 1마리도 없어요. 나는 울타리를 넓게 쳐 놨어요. 그 안에서는 자유롭게 해도 됩니다. 그러나 울타리 바깥으로 뛰쳐나가는 행동은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 SK 김용희 감독은?


▲생년월일 : 1955년 10월 4일

▲출생지 : 부산광역시

▲가족관계 : 부인 장은실 씨 사이에 1남1녀(재호, 민아)

▲출신교 : 동광초등학교 - 경남중학교 - 경남고등학교 - 고려대학교

▲선수경력 : 포항제철(1978, 1980∼1981) - 경리단(1979) - 롯데 자이언츠(1982∼1989) 통산 성적 534경기 타율 0.270, 482안타 61홈런 260타점

▲감독 경력 : 롯데 자이언츠(1994∼1998년) - 삼성 라이온즈(2000년) - 롯데 자이언츠 대행(2002년) - SK 와이번스(2015년∼)

▲수상내역 : 골든글러브 3회(1982·1983년 3루수, 1985년 지명타자) 올스타전 MVP 2회(1982·1984년)

▲감독성적
정규시즌 : 694경기 318승23무353패(승률 0.474)
포스트시즌 : 한국시리즈 준우승(95년), 3위(2000년)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