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베이스볼] 삼성 포수 이지영 “6월 이후 4할 타율, 폼 바꾼 덕분”

입력 2015-07-0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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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지영은 6월 이후 타율 4할대의 맹타를 휘두르며 공수겸장 포수로 각광받고 있다. 삼성의 차세대 주전 포수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그는 “매년 점점 더 좋은 포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도루저지율 1위는 약점 없는 투수들 덕분
육성선수로 삼성 입단해 주전포수 굳히기
작년보다 더 좋은 포수가 되는 것이 목표
포수 시작 이유? 앉아있는게 편해보여서…


삼성 포수 이지영(31)은 요즘 공수를 겸비한 포수로 각광 받고 있다. 6월 이후 타율이 0.408로 10개 구단 전체 타자들 가운데 2위다. 4일 대구 LG전에선 시즌 첫 홈런도 신고했다. 시즌 초반에는 진갑용, 이흥련과 번갈아 마스크를 썼지만, 요즘은 매 경기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다. 이제 삼성의 확실한 차세대 주전 포수로 자리를 굳혀가는 모양새다. 물론 스스로는 “여전히 주전으로 자리 잡기 위해 배우면서 노력하는 중”이라고 손사래를 친다. 그러나 류중일 감독과 김한수 타격코치, 강성우 배터리코치는 모두 이지영의 성장세에 흐뭇해하고 있다. 이지영은 그저 “올해보다 내년, 내년보다 내후년에 더 좋은 포수가 되는 게 목표”라며 웃어 보였다.


삼성 이지영.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6월 이후 타율이 4할을 넘네요. 전 구단 통틀어도 선두권입니다.

“아, 정말 그런가요?(웃음) 아무래도 김한수 코치님과 상의해 폼을 바꾼 덕분인 것 같아요 (김 코치는 “시즌 초반부터 이 폼, 저 폼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다가 마침내 지금의 타격폼을 찾아 정착하게 됐다”고 귀띔했다). 처음에는 다리를 들고 나가다 보니 배트 스피드가 느려지고 하체도 잘 못 써서 안 좋은 볼에 계속 속게 됐는데, 요즘은 다리가 덜 빠지고 몸이 덜 나가니까 공을 더 오래 보고 좋은 타이밍에 치게 된 것 같아요. 몸을 잡아놓고 치니까 하체 힘도 쓰게 되고, 그러면서 좋은 타구들이 나오는 효과를 본 게 아닐까 싶어요.”


-요즘 야구하는 게 재미있겠어요?

“방망이가 잘 맞아서 좋긴 한데, 아무래도 제가 포수라서 최근에 팀이 점수를 많이 준 부분에 대해선 마음이 많이 무거워요. 포수로서 실점을 적게 하는 게 제 의무잖아요. 그것 때문에 마냥 좋아하기에는 기분이 좀 그렇죠.”


-이제 진갑용 선수의 뒤를 잇는 주전 포수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요.


“전 아직 그 위치까지 올라온 건 아닌 것 같아요. 주전 포수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아직도 많이 노력하고, 배우고, 훈련하고 그러고 있죠. 진갑용 선배님은 저보다 훨씬 위에 계세요. 저는 좀더 위로 올라가야 하는 단계죠. 포수로서도 그렇고, 타격으로서도 그렇고. 저는 앉아서 선배님 하시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많이 배웠고,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타격뿐 아니라 도루저지율도 1위(0.378)에 올라 있던데요.

“그건 우리 투수들 덕분인 것 같아요. 빠른 주자들이 투수들의 버릇을 캐치해서 많이 뛰는데, 우리 팀 투수들은 그런 부분이 적어서 도루 타이밍을 잘 안 빼앗기거든요. 투수들 덕분에 제가 송구할 때도 영점 몇 초라도 단축이 되니까 제 입장에선 고맙죠.”


-옛날 얘기로 잠시 돌아가볼까요. 야구는 언제 시작했나요?


“초등학교 2학년 때요. 아버지가 핸드볼선수도 하셨고, 저 어릴 때 태권도 사범이셨어요. 관장님이 ‘얘는 운동할 스타일이다’ 하셔서 처음에는 어머니가 태권도를 시키려고 하셨는데, 친구 아버님이 주변에 야구하는 분들과 얘기하다가 강력하게 권유하셔서 얼떨결에 하게 됐죠.”


-야구가 재미있었나요?

“처음에는 멋도 모르고 했으니까 재미있었죠. 포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시작했는데, 어머니 말씀으로는 그때 제가 ‘앉아서 지휘하는 게 멋있어 보이고, 계속 앉아 있어서 편해 보인다’고 했대요. 그런데 알고 보니까 앉아서 하는 게 가장 힘든 거더라고요.(웃음)”


-삼성에 처음 입단했을 때, 이렇게 주전으로 뛰겠다는 목표가 있었나요?


“아니요, 전혀. 저는 2008년에 육성선수(당시 신고선수)로 들어왔잖아요. 처음에는 그냥 정식선수가 되자는 게 목표였고, 1년을 육성선수로 있다가 정식선수가 된 다음에는 열심히 해서 1군에 한번 올라가는 게 목표였어요. 2009년 처음 1군에 콜업됐을 때가 진짜 가장 기뻤던 것 같아요. 처음 스타팅 나간다고 했을 때는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해서 어쩔 줄을 몰랐고요. 그때부터 1, 2군을 왔다 갔다 하다가 군대 다녀와서 2012년 6월 1군에 온 뒤부터는 부상 말고는 안 내려갔죠.”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좌절도 했겠네요.

“아무래도 그렇죠. 그때는 아예 감독님께 야구를 안 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집에 갔어요. 그 후로 열흘 동안 속상해서 계속 술만 마셨죠. 그러다가 문득 ‘내가 야구를 안 하면 대체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정신 차렸어요. 그때 삼성에서 계약하자고 전화가 와서 선수 생활을 계속하게 됐어요.”


-그런 일들을 딛고 여기까지 왔으니, 고마운 분들이 많았겠어요.


“다른 분들도 많지만, 학창시절 감독님들이 많이 생각나요. 고성봉 서화초등학교 감독님, 백승설 신흥중학교 감독님, 황동훈 제물포고등학교 감독님, 윤영환 경성대 감독님, 그리고 코치님들께도 다 감사해요. 저희 집 형편이 좀 어려워서 학교 때 야구하면서 장학금을 많이 받아야 했거든요. 지금도 월급은 다 부모님을 드리고 저는 용돈을 받아서 써요. 그때 감독님들 도움 덕분에 계속 야구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부모님이 무척 좋아하실 듯하네요.

“네. 집이 수도권에 있으니까 잠실, 목동, 인천, 수원 경기는 늘 보러 오세요. 집에 가면 어머니가 복분자 같은 것도 끓여주시고요. 부모님이 정말 저에게 튼튼한 몸을 물려주신 것 같아요. 별달리 관리를 하는 게 아닌 데도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느껴본 적이 없거든요. 그 덕분에 요즘 게임에 계속 나가면서 좋은 감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아서 감사드리죠.”


-지금까지 많은 목표를 이뤘는데, 이제 어떤 목표들이 남았나요?

“팀에 입단하고, 정식 선수가 되고, 군대를 상무나 경찰야구단으로 일찍 다녀오고, 1군에서 자리 잡고…. 이렇게 하나씩 생각했던 과제들을 잘해온 것 같아요. 이제는 그냥 ‘매년 한 해씩 그 전보다 좀더 나아지겠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수치를 정해놓기보다 그냥 ‘타율, 도루저지율 같은 성적들에서 매 시즌 조금씩 더 발전되는 모습을 보이자’, 그런 생각이죠.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늘 포수로서 점수를 많이 안 주기 위해 최대한 준비를 하려고 하고요. 지금은 투수들하고 조금씩 호흡을 잘 맞춰가고 신뢰를 쌓아가는 단계입니다.”


-마지막으로 올 시즌은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은가요?


“개인적으로는 작년보다 더 좋은 포수가 되는 것, 그리고 팀으로선 당연히 5연패죠. 사실 5연패만큼 큰 목표는 없어요. 그 어떤 팀도 따라올 수 없는 일이잖아요. 저를 있게 해준 대구구장에서 마지막 해라서 우승하면 더 뜻 깊을 것 같아요. 2012년 처음 1군에서 같이 우승하고 지금 3번을 했는데, 올해도 꼭 다시 하고 싶어요. 우승은 하면 할수록 더 좋은 것 같아요.”


삼성 이지영은?



▲생년월일=1986년 2월 27일
▲출신교=서화초∼신흥중∼제물포고∼경성대
▲키·몸무게=178cm·83kg (우투우타)
▲입단=2008년 삼성 육성선수
▲2015년 연봉=1억5000만원
▲2015시즌 성적=타율 0.326 (175타수 57안타), 24타점, 15득점, 도루저지율 0.378 (37번 시도·14회 저지)

대구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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