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손아섭. 스포츠동아DB
성적·수상경력 등 황재균보다 우위
KBO리그 위상에 합당한 금액 고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했던 순간, 롯데는 ‘명분’을 택했다.
롯데는 25일 외야수 손아섭(27)의 포스팅 참가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시즌 뒤 손아섭은 물론, 내야수 황재균(28)까지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밝히면서 롯데는 내부 교통정리에 고심해왔다. KBO 규약상 FA(프리에이전트)가 아닌 선수의 해외 진출은 팀당 1년에 1명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롯데의 선택은 손아섭이었다. 선수간 관계 악화를 피하고, 주관적 잣대가 개입되지 않도록 신경 썼다. 롯데가 꼽은 객관적 지표는 최근 5년간 개인성적, 팀 기여도의 척도로 볼 수 있는 연봉, 그리고 대외적 평가 잣대인 대표팀 선발 횟수와 골든글러브 수상 횟수였다.
황재균이 2010시즌 도중 트레이드됐기에 2011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성적을 비교했다. 손아섭은 이 기간 타율 0.333(2371타수 790안타)에 62홈런 344타점, 황재균은 타율 0.290 (2355타수 682안타)에 61홈런 348타점을 기록했다. 올해 연봉은 손아섭이 5억원, 황재균이 3억1000만원이다.
대표팀에는 손아섭이 3회(2013년 WBC, 2014년 아시안게임, 2015년 프리미어 12), 황재균이 2회(2014년 아시안게임, 2015년 프리미어12) 뽑혔고, 언론 관계자들이 투표하는 골든글러브는 손아섭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4회 수상했고, 황재균은 아직 수상경력이 없다.
롯데는 해외 진출 가능성이나 포스팅 금액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또 선수에 대한 보유권 등 구단이 취할 수 있는 이점도 고려대상에서 제외했다. FA 자격연한이 9년임을 고려하면, 7년차인 손아섭보다는 8년차인 황재균을 포스팅하는 편이 실리를 추구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롯데는 실리보다는 명분만을 고려했다.
KBO의 유권해석대로 한 선수의 메이저리그행 불발 시, 다른 선수의 포스팅 추진은 가능하다. 롯데도 이를 염두에 두고 손아섭의 포스팅 시기를 한국시리즈 종료 직후로 앞당겼다. 입단계약까지는 40일 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 황재균에게도 시기적으로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롯데 관계자는 “불발 시 황재균의 포스팅도 있고, 내년 전력구성 문제도 있어 시기를 앞당겼다. 포스팅 금액은 아직 고민하지 않았지만, 시장 상황이나 KBO리그의 달라진 위상을 관찰해 합리적 기준을 찾겠다. 어느 정도의 선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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