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현대는 구단 소속 스카우트가 심판매수로 불구속 기소된 사태에 대해 “해당 스카우트가 개인적으로 진행한 일”이라고 해명해 더욱 큰 공분을 샀다. K리그 ‘리딩 클럽’을 자처하는 구단답게 잘못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북 최강희 감독(왼쪽 끝)이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멜버른 빅토리(호주)와의 2016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홈경기 도중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전주|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구단이 책임 회피·꼬리 자르기에만 급급
멜버른 꺾고 입장 밝힌 이 단장·최 감독
“검찰 수사 결과 따라 물러날 의사도 있다”
2014년과 2015년 잇달아 K리그 클래식(1부리그)을 제패한 전북현대 직원의 심판매수가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말 경남FC 사건을 통해 소문으로만 나돌던 프로축구의 심판매수가 처음으로 확인된 데 이어 검찰 수사에 의해 전북도 유사한 비위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한국프로축구는 2011년 승부조작 사건 이후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축구계와 팬들 모두 극심한 배신감 속에 자괴감까지 느끼고 있다.
공정성을 첫 번째 가치로 여기는 스포츠에서 심판매수는 리그의 존립 기반을 무너트리는 행위다. 승부조작과 함께 가장 죄질이 나쁜 행위 중 하나다. 더욱이 심판매수 행위가 알려진 뒤 전북 구단이 보여준 행태는 더 큰 비난을 자초했다. 부산지검 외사부(부장검사 김도형)는 23일 “2013년 전북의 한 스카우트가 2명의 심판에게 유리한 판정을 부탁하며 경기당 100만원씩, 각각 2차례와 3차례에 걸쳐 총 500만원을 전달했다”며 해당 스카우트와 2명의 심판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전북은 법원이 판결을 내리기도 전에 ‘고해성사’를 했다. 그런데 그 고해성사가 더 큰 공분을 사고 있다. 전북은 23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스카우트가 구단에 보고 없이 개인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이다. 섣부른 ‘선긋기’에 지나지 않는다. 검찰 수사가 종결된 것도 아닌 데다, 법적 판단도 남아있는 상태에서 서둘러 ‘꼬리 자르기’를 시도한 것이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이 같은 입장 표명 직후 전북 구단을 향해 ‘축구팬들을 우롱하고, K리그 구성원들을 더욱 욕되게 하는 행위가 아니냐’는 비난이 빗발친 이유다. ‘진심어린 사죄와 함께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만 밝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부적절한 입장 표명이었다.
전북의 주장대로 심판매수가 ‘해당 직원의 단독 범죄’로 결론 나더라도, 구단은 구성원에 대한 관리·감독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그 행위가 구단이 추구해야 할 절대가치인 공정성을 훼손한 것이라면 수뇌부는 마땅히 응분의 책임을 지는 것이 도리다. 전북 곽진 대표이사나 이철근 단장에게는 이제라도 현명한 처신이 필요하다. 법적 판단에 앞서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잘못한 것이 있다면 응당 법적 처벌도 받아야 함은 물론이다.
전북 최강희 감독과 이철근 단장은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홈경기에서 멜버른 빅토리(호주)를 2-1로 꺾고 1승1무로 8강 진출에 성공한 뒤 기자회견을 했다. 두 사람은 이번 사태에 대해 팬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한 뒤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특히 검찰 수사가 완료되면 그 결과에 따라 물러날 의사가 있음도 밝혔다.
전북은 최근 수년간의 적극적 투자와 그에 상응하는 성적을 통해 K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으로 도약했다. 24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책임”이라는 말의 무게를 잊지 않고 ‘리딩 클럽’답게 처신하길 당부한다. 작금의 사태로 인해 바닥으로 떨어진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하려면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