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김하성.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20홈런-20도루. 누구나 꿈꾸는 ‘호타준족의 상징’. 그것을 프로 데뷔 3년째의 21세 선수가 해냈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20-20은 목표달성이 아니라 첫 걸음마”라니, 그는 목표를 어디에 두고 있는 것일까.
넥센 김하성은 20일 광주 KIA전에서 시즌 20호 홈런을 때려냈다. 이미 24도루를 기록 중이던 그는 이로써 지난해 홈런이 1개 부족해 못다 이룬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이날 만 20세11개월3일의 나이. 한화 김재현 코치가 LG 신인시절이던 1994년 작성한 18세11개월5일에 이어 역대 최연소 2위로 20-20을 달성했다. 또 역대 유격수로는 이종범(1996·97년), 강정호(2012년)에 이어 역대 3번째였다. 그는 레전드 유격수들이 걸은 길에 올라섰다.
올 시즌 순탄한 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8월 들어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월간 타율 0.163. 7월말까지 0.301을 기록 중이던 시즌 타율은 8월말 0.275까지 떨어졌다. 풀타임 첫해인 지난해를 포함해 월간 성적이 이처럼 참혹했던 적은 없었다.
그런데 9월에 다시 반등했다. 22일까지 18경기에 나서며 9월 타율 0.348(68타수 24안타)을 기록 중이다. 시즌 타율도 다시 0.285(495타수 141안타)까지 올라갔다.
그는 8월의 슬럼프를 돌아보며 “큰 공부가 됐다”고 했다. 당시 ‘이제 몇 게임 안 남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지면서 타격 밸런스와 리듬이 깨졌다고 돌이켰다. 성적부진에 멘탈까지 무너졌을 때 그를 잡아준 것은 이지풍 트레이닝코치의 한마디였다.
“갯벌에 빠진 사람이 발버둥치면 더 빠져 들어간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갯벌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당시 이 코치는 다른 얘기도 들려줬다. 시즌 타율은 0.280대지만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은 0.290대라는 설명이었다. 라인드라이브 비율이 5%대라는 수치도 보여줬다. 결국 잘 맞은 타구가 정면으로 많이 가고, 운이 나빴을 뿐이라는 뜻이었다. 김하성은 “초조하고 많이 힘든 시기였는데, 오히려 멘탈을 회복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20-20클럽 가입. 그러나 그는 들뜨지 않았다. 오히려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답지 않게 차분했다. 그는 “일단 포스트시즌과 우승에 집중하겠다. 우승반지는 꼭 끼고 싶다”면서 “프로라면 목표치가 있어야한다. 20-20은 이제 첫 걸음마다. 포스트시즌이 끝나고 비 시즌 동안 몸을 만들면서 다음 목표를 세워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제 30-30, 나아가 40-40이냐’는 질문에 그저 빙그레 웃기만 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