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의 추남일기] 야구광 리퍼트 대사도 반한 ‘김경문 야구’

입력 2016-10-31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30일 NC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2차전이 열린 잠실구장을 찾아 경기를 관전하고 있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30일 NC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2차전이 열린 잠실구장을 찾아 경기를 관전하고 있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는 소문난 야구광이다. 21~22일에는 창원까지 내려가 LG와 NC의 플레이오프(PO)를 관람했다. 30일 NC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2차전이 열린 잠실구장에도 등장했다. 치킨 한 팩과 맥주 한 컵을 들고 한국 특유의 응원문화를 즐겼다.

리퍼트 대사는 미국에서 학창시절 직접 야구 선수로 뛰었고, 열성 팬으로 사랑을 이어오고 있다. 야구에 대한 이해력도 깊어서 야구장을 찾을 때 마다 KBO 직원들과 즉석에서 야구에 대해 토론을 하기도 한다.

리퍼트 대사는 최근 김경문 NC 감독의 스타일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KBO 관계자들에게 김 감독 특유의 선 굵은 야구에 대해 놀라움을 표현하며 여러 질문을 하기도 했다.

21일 PO 1차전 4회말 선두타자로 나온 NC 2번 나성범이 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0-0 상황, 보내기 희생번트가 예상됐던 상황이었지만 김 감독은 자신만의 색깔 그대로 강공을 밀어 붙였다. 결과는 박민우의 연속 안타로 무사 1-3루 찬스였다.

리퍼트 대사는 그 순간 주위에 “NC 감독은 정말 대단하다. 빅볼 성향이 더 강한 메이저리그도 포스트시즌 때는 번트 작전이 자주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강공이라니 대단한 강심장이다”고 말했다.

의전을 맡은 KBO 관계자가 ‘선 굵은 야구로 올림픽에서 전승 금메달을 딴 감독이다’고 친절히 설명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매우 흥미로워했다.

김 감독은 KBO리그에서 자신의 색깔이 강한 사령탑이다. 전력분석과 데이터에 극단적으로 의존하는 한화 김성근 감독과는 정반대 대칭점에 있다.



김 감독은 특히 ‘좌우놀이’로 표현되는 플래툰 시스템을 지양한다.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 선발은 좌완 장원준이었지만 이종욱~박민우~나성범~테임즈로 이어지는 왼손타자 라인업을 1~4번에 그대로 배치했다. “왼손타자라고 계속 왼손 선발 등판 때 빼면 불펜 왼손 투수 공도 어렵게 된다. 경험을 쌓으면 좌타자도 충분히 좌투수 공을 잘 공략할 수 있다”는 지론은 큰 경기에서도 전혀 흔들림이 없다.

감독의 야구 스타일에 정답은 없다. 누가 더 뛰어난지 아닌지도 팀 전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점수를 매기기도 참 어렵다. 분명한건 ‘무관의 제왕’으로 불리는 김 감독의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김경문 야구’는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과감하고 직선적이며 꾸밈없는, 그래서 더 화끈한 야구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