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포청천’ 이민호 심판 “기본-냉정함이 모토”

입력 2016-11-1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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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 심판은 올 시즌 KBO 심판 중 내부평가에서 1위에 오를 정도로 정확한 판정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올 시즌 ‘그라운드 위의 포청천’은 이민호 심판위원이었다.

이 심판은 14일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시상식’에서 ‘올해의 심판상’을 차지했다. 이 상이 특별한 이유는 올해 1군에서 뛴 모든 심판들을 대상으로 한 내부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이만이 거머쥘 수 있기 때문이다. KBO 관계자는 “2년 전부터 내부평가를 통해 좋은 성적을 받은 심판에게 상이 주어지고 있다”며 “심판합의판정 원심 유지 여부부터 판정의 정확성, 일관성 등 여러 항목을 두고 심사를 하는데, 올해는 이민호 심판이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정작 수상의 기쁨을 누린 주인공은 크게 웃지 못했다. 오히려 “이런 상을 받는다는 게 조심스럽고 어렵다”며 자신에게 비춰진 스포트라이트에서 한 발 물러섰다.

이민호 심판. 스포츠동아DB



● “훌륭한 심판들이 참 많은데…”

이 심판은 20년차 베테랑이다. 정확한 판정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 온 세월이 어느새 이만큼 흘렀다. 다행히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올해 다시 한 번 심판상의 영광을 안으며 노고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 심판은 기뻐하기보다 신중했다. 그는 “심판은 양 팀 플레이를 공정하게 판정하고 경기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는데 우리가 앞에 드러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또 동료 심판들 중에도 훌륭한 심판들이 많은데 과분한 상을 받은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 심판이 수상의 순간에 다른 심판들을 떠올린 이유는 그라운드 위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아서다. 심판들은 선수들처럼 이닝교체시간이 없다. 1회초부터 9회말까지 클리닝타임을 제외하고는 무거운 프로텍터를 차고 그라운드 위에 계속 서있어야 한다. 게다가 올해는 이례적인 폭염이 찾아오면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아무리 더워도, 아무리 추워도 집중력을 잃으면 안 되는 게 심판이다. 이 심판은 “아무리 덥다고 처지면 안 되는 게 심판”이라며 “오심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번 이닝에 잘못 봤다고 남은 이닝에서 교체되는 포지션이 아니지 않나. 심판들은 대개 한 시즌 144경기 중 대기심 포함 110경기에서 115경기를 뛰는데 책임감을 가지고 뛰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민호 심판. 스포츠동아DB



● “견제 합의판정만 3번 아찔했다!”

물론 이 심판도 힘들 때가 있다. 3년 전부터 도입된 심판합의판정제도 때문이다. 이 심판은 “솔직히 아웃, 세이프 차이가 심하면 심판들이 먼저 오심이라는 것을 안다”며 웃고는 “문제는 거의 동타임으로 주자와 공이 들어올 때다. 어떤 팀에서 합의판정요청이 나와서 비디오판독에 돌입했을 때 결과를 기다리는 그 시간이 정말 힘들다. 관중석에서 ‘세이프다’, ‘아웃이다’ 그러면 마음이 초조해진다”고 털어놨다. 올해 가장 힘들었던 경기는 8월4일 문학 SK-삼성전이었다. 이날 양팀에서 견제로만 합의판정이 3번이 나왔다. 때마침(?) 1루에 있었던 이 심판은 판정을 내릴 때마다 심판합의판정 요청이 나와 곤혹스러웠다. 다행히 3번 중 2번은 정심이었지만 경기 내내 진땀을 빼 잊을 수가 없었다.

이 심판은 7개월이 넘는 장기레이스를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마쳤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시즌 후에는 상도 받았지만 이는 “그동안 수고했다”는 ‘당근’이 아닌 “자만하지 않고 더 정확히 보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조언을 구하는 후배 심판들에게도 가끔 말해주는 얘기인데 심판은 기본과 냉정함이 중요한 것 같다”며 “실수가 나오면 인정하고 복기하고 좀더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마음을 잊지 않고 앞으로 더 정확한 심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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